미국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리처드 왜고너 회장(55)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인한 미국 경기 둔화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이 자동차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자동차 연료로 하이브리드 전기 연료전지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느 게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답이 무엇이냐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의 운명도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고너 회장은 최근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시장 전망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내수 부진으로 자동차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가계의 주택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데다 휘발유값이 급등해 '더블 펀치'를 맞고 있다.

미 소비자들에게 배럴당 60달러 하던 원유값이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가처분소득 격감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 구입을 미루고 있다.

신용경색으로 자동차 할부금융마저 얼어붙어 자동차 판매가 급감했다."

―미 경기 둔화가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10년 전이라면 미국 경제의 감속이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중동 러시아 등 신흥국이 눈부신 성장을 하면서 이를 보충하고 있다.

미 경기 둔화가 신흥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국 성장률을 연 12%에서 10%로 떨어뜨리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이다.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4%가량 늘어나 7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본다."

―신흥 시장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다행히 GM은 이머징마켓에서 선전하고 있다.

브라질 중국 러시아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기반을 닦았다.

글로벌 제품을 개발하되 각국 시장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고품질 제품을 투입한다는 게 해외 전략의 기본이다."

―자동차업계 당면 과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자동차가 첫선을 보인 19세기에도 10~15년간 어떤 연료를 쓸지 논란이 많았다.

전기라는 사람도 있고,증기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한바탕 경쟁이 있은 후에 가솔린을 이용한 내연기관이 자리를 잡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80여년간 지속된 가솔린 엔진 시대 이후의 연료에 대해 논쟁 중이다.

하이브리드인지 전기인지,아니면 연료전지나 바이오연료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자동차회사들은 그 중 1~2개를 선택해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건 10~20년 후 어떤 연료가 자리잡느냐에 따라 기업 간 운명이 갈린다는 점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