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수주한 공사다. 태국 남단 말레이시아와 국경 부근에 위치한 두 도시 파타니와 나라티왓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1965년 9월에 수주했다. 공사는 1966년 1월 7일에 착공해 1968 3월에 완공됐다.

현대건설 기술진과 근로자들이 공사를 위해 김포공항을 출발할 때 KBS에서 생중계를 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쏟아졌다. 기대는 컸지만 공사는 악전고투의 연속 이었다.

당시 태국에는 서독 이탈리아 덴마크 등 외국의 선진 건설업체가 대거 진출해 최신식 공법에 최신 장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가지고 나간 재래식 장비로 고속도로를 건설해야할 처지였다.

현대건설은 불도저 로더 등 최신 장비를 구입해 보았지만 기능공들은 사용법을 잘 몰라서 두 달도 못가 고장을 내기 일쑤였다. 현지의 날씨도 공사의 장애물이었다.

태국은 비가 많은 나라여서 모래와 자갈이 항상 젖어 있어 그대로 섞을 경우 함수량이 맞지 않아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았다. 건조기에 자갈을 넣고 말리려고 했으나 건조기 자체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였다.

정주영 회장의 지시로 골재를 직접 철판에 놓고 구워서 조달했다. 그래서 ‘골재를 철판에 구워 닦은 고속도로’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이 공사는 현재 대통령이 된 당시의 이명박 경리부 사원과도 인연이 깊다. 현장 기능공들이 만취상태의 폭도로 돌변해 칼과 각목을 들고 현장 사무실의 금고를 열라고 강요했다.

다른 간부나 사원들이 다 도망을 갔지만 이명박 사원은 폭도들의 무자비한 발길질을 견디며 금고를 혼자서 끌어안고 버텼다고 한다. 그때 신고를 받은 경찰이 들이닥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첫 해외공사의 시행착오 대가는 혹독했다. 총 공사비는 522만 달러였는데 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공사를 하면서 전동식 롤러나 컴프레서 믹서기 등을 직접 고안해 만들어 사용 했으며 최신 장비 사용법과 선진공법을 익혔다.

수치상으로 적자를 봤지만 태국 고속도로 공사는 1970년대 중반 한국 건설업체의 중동건설 시장 진출의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