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어촌마을이던 울산이 지금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국내 최고인 4만달러(국내 평균 2만달러)의 부자 도시로 탈바꿈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생산 현장 곳곳에서 배양된 세계적 원천기술이 울산을 한국 산업경제의 '희망 1번지'로 키워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중공업이다.
세계 최초로 선박에 날개를 달아 하루에 1만5000달러가량의 연료비를 줄이는 최첨단 선박에서부터 도크 없이 선박을 만들어 바다로 진수시키는 육상 건조 등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기술 혁명이 이곳에서 척척 이뤄지고 있다.
오대양을 누비는 대형 선박 5척 중 1척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소에서 진수된다.
따라서 이곳에서 개발한 선형이나 건조기술은 곧바로 세계 조선업계의 '교과서'가 된다.
2001년 산업자원부의 세계 일류 상품에 선박(유조선,컨테이너선,살물선)이 선정되는 등 2007년까지 7년 연속,총 19개 품목이 선정돼 업계 최다 인증 기록을 세울 만큼 이 회사의 기술력은 가히 세계적이다.
이 같은 기술력의 원천은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뤄진 장인정신에서 비롯된다.
이 회사 민계식 부회장도 지금까지 80종의 기술 보고서와 180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한국 조선 신화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한마디로 전 임직원의 '기능장화(化)'가 이 회사의 최대 목표인 셈이다.
이 회사 기공식이 열린 해인 1972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기술교육원은 지금까지 10만여명의 기술 인력을 배출했다.
또 1982년부터 사내 기술자격 검정시험을 통해 매달 자격 수당을 따로 줘가며 직원들의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 결과 지금까지 양성한 기술자만 용접,도장,배관 등 조선ㆍ중공업 관련 10개 분야 1만155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제42회 기능장 국가기술자격 검정시험'에는 이 회사 직원 42명이 무더기 합격했고 지금까지 542명이 모두 643개의 기능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최다 기능장 보유 기록이다.
세계 1위 기술개발에 대한 직원들의 열정은 현대중공업이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무분규 노사 협상 타결 기록을 세운 것과 무관치 않다.
이는 고스란히 사원 복지로 이어져 올해 임직원 자녀 약 1만6300명에게 총 54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현대중공업 임직원 수가 2만5000여명임을 감안하면 1인당 216만원의 자녀 장학금을 받는 셈이다.
이는 또 울산을 부자 도시로 만드는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월 1500억원 이상의 급여(연간 2조원)와 6000억원의 자재 대금이 쏟아져 나오고 울산에 내는 법인세만도 연 500억원에 달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