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0억원짜리 공신력 있는 대형 부동산 디벨로퍼(부동산 개발회사.시행사)의 등장으로 향후 부동산 개발사업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애경그룹 군인공제회 모건스탠리 등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AMM자산개발㈜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장기 저리의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지금보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급보증을 무기로 시행사를 좌지우지하던 시공사(건설사)의 영업행태도 달라져 부동산 개발사업의 주도권이 시공사에서 시행사로 급속히 이전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개발시장 선진화 계기


현재의 부동산 개발사업은 실질적으로 시공사가 전적으로 주도하는 구도다.

개발회사는 땅값의 90% 이상을 시공사 지급보증을 통해 조달한다.

시공사의 도움 없이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형식적으론 개발회사가 사업주체지만 실제로는 시공사에 끌려다닌다.

그러나 개발회사가 자금력을 갖추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개발회사가 사업 주체가 되고,건설사는 단순 시공만 하는 형태로 변하게 된다.

개발회사는 땅을 전부 매입한 뒤 시공사를 경쟁입찰로 선정한다.

물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가장 저렴한 가격을 써낸 곳이 뽑힌다.

시공단가를 낮추려고 기술개발 경쟁이 붙으면서 시공단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디벨로퍼협회 설립을 주도했던 글로스타의 김수경 사장은 "개발회사 설립에 관심을 가지는 금융회사나 일반기업이 더러 있다"며 "앞으로 대형 개발회사가 더 등장하면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 개발유형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시장처럼 부동산 개발업체의 업무 영역도 다양화될 전망이다.

규모가 대형화되면 아파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복합개발 리조트개발 등 기획력과 자본력이 필요한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분양 수익만 노리는 구조도 바뀐다.

지금까지 개발업체들은 분양가를 끌어 올리는 데 혈안이었다.

과열된 시장분위기를 이용해 한탕 치고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영속성을 추구하는 대형 개발업체는 자산을 보유.운용하면서 은행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거나 개발 후 자산을 장기 임대로 운영한 뒤 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구사하게 된다.


◆개발업계 시장 재편 가속화


2000년대 들어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개발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개발업에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이 앞다퉈 뛰어들었다.

수천 개에 달하는 개발업체가 부지 확보를 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아파트 사업용 부지 가격이 급등해 분양가를 밀어올리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는 이에 따라 진입장벽을 통한 시장정화에 나섰다.

'부동산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을 개발하려면 이달 17일까지 등록토록 했다.

등록에는 자본금 5억원 이상,부동산개발 전문인력 2명 이상, 33㎡ 이상의 사무실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달 말까지 등록을 마친 업체는 모두 535개다.

앞으로 대형 개발업체가 하나 둘 출현하면 2차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전망이다.

실력과 자본력을 갖춘 이들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