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2000년 첫 패배 이후 이기는 법 터득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 민주당 내 부동의 선두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경선포기 압력을 받는 비참한 처지로 내몰리는 과정에서 그녀가 적어도 5번의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8일 분석했다.

타임이 첫 번째로 꼽은 힐러리의 실수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민주당원의 정서를 잘못 읽었다는 것.
타임은 힐러리가 경험과 준비성,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지명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거전략을 채택한 것은 급변하는 정치환경과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민주당원들의 열망을 잘못 읽은 결과라면서 이것이 힐러리의 최대 실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선거 전문가 대신 그녀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선거참모를 구성한 것도 힐러리의 실수로 꼽히고 있다.

타임은 지난해 선거전략회의에서 수석전략가였던 마크 펜이 민주당이 공화당과는 달리 승자독식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 채 캘리포니아에 걸린 370명의 대의원만 확보하면 조기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는 것이 내부인사들의 전언이라고 소개했다.

타임은 결국 수석전략가가 당내 선거제도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던 셈이라면서 그럼에도 힐러리 진영은 인구가 많은 대형주 위주의 선거전략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힐러리 의원이 코커스(당원대회) 방식으로 예비선거가 열리는 미네소타와 네브래스카, 캔자스같은 주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도 주요 실책 가운데 하나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타임은 힐러리가 주요 지지층인 여성과 노년층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전체 선출 대의원의 12%를 선출하는 코커스를 등한시했다면서 그러나 오바마가 확보 대의원 수에서 앞서갈 수 있었던 데는 코커스에서의 승리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타임은 힐러리 진영이 코커스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했지만 거액 기부자 중심의 선거자금 모금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정작 필요할 때 '실탄' 부족을 겪은 것 역시 그녀의 실수이며, 경선 조기 종결을 위해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집착해 장기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힐러리의 오늘이 있게 만든 실책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타임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004년 11월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지 4년도 지나지 않아 민주당 대선 주자 자리를 거의 거머쥐어 본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겨룰 것이 사실상 분명해졌다면서 그렇게 짧은 기간에 급성장한 오바마가 어떻게 이기는 법을 터득했는지를 소개해 대조를 이뤘다.

타임은 오바마가 어떻게 이기는 법을 터득했는지에 대한 해답은 2000년 연방 하원의원 진출을 위한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경험한 그의 첫 배패에서 대부분 파악될 수 있다면서 이 패배 이후 오바마가 어떻게 정치인이 되는지를 배웠다고 그의 측근들과 지원자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6년 일리노이주 주 상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오바마는 2000년 연방 하원의원 민주당내 예비선거에서 당시 시카고 시장 선거에서 패배해 타격을 입었던 흑인 민권단체 '블랙 팬더' 일원인 보비 러시와 맞붙었으나 지지율 61%대 30%로 패했다.

그의 패인 가운데는 러시가 하버드 출신인 오바마를 "흑인 노동자계층과는 거리가 먼 하버드 엘리트"라고 공격한 것과 함께 오바마 스스로 흑인 거주지가 아닌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 '하이드 파크'에 살고 있던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타임은 이 패배 이후 오바마가 하버드 스타일의 말투를 버리고 더 친근하게 바꿨고,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되지 않으면서 권력을 추구하는 법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또 오바마가 백인 자유주의자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모으는 흑인 정치인인 점 등을 예로 들어 그가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다르게 대하는지도 터득했다면서 시카고 출신인 전 하원의원 애브너 미크바는 "오바마는 모순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주체들에게 어떻게 호소할 수 있는지를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