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재건축 사업이 예정됐다는 이유만으로 건물 신축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분 쪼개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정부가 주택법 등 관련법률을 개정,'지분 쪼개기'를 제한하는 종합대책을 긴급히 마련하고 있으나 법률을 소급적용할 수 없어 법률시행 전까지는 투기꾼들의 '지분 쪼개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법원,재건축예정 이유로 건축허가 반려 안 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서모씨가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 노원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해 노원구청에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겠다고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구청 측은 "서씨가 건물을 지으려는 곳을 포함해 인근 지역에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서씨의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서씨는 정비구역의 지정 및 고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건축허가상 제한을 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재건축정비계획 수립안 및 정비구역 지정안이 서씨의 건축허가 신청 이후에 제출됐고 정비구역은 아직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서씨의 신청이 투기 목적이나 세대 수를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건축허가를 반려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서 '지분 쪼개기'용 신축을 불허할 경우 서씨와 같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고강도 대책 고심

대법원 최종판결이 아닌 1심인 행정법원 판결이지만 '지분 쪼개기'를 규제하려는 행정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행정법원은 "건축허가를 신청할 때까지 정비구역이 지정되지 않았고 장차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것인지 여부도 불확실하며 건물이 신축된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 피해를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신청이 들어오면 지구지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해당지역 내 건축신축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지구지정 전에는 법적인 요건을 갖췄을 경우 신축 등을 규제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판결을 고려해 투기꾼들의 '지분 쪼개기'를 막을 내용을 법률에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지구지정 전 일정 시점(1년 전 또는 2년 전)부터 '지분 쪼개기'를 하는 경우에는 아파트 입주권을 제한하고 현금청산하는 것을 법제화하면 건축허가 신청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것만으로 '지분 쪼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따라 강력한 대책도 준비 중이다.

지구지정 전 일정 기간 동안 실제 거주한 지분소유주에게만 아파트 입주권을 주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방안은 그야말로 핵폭탄급 대책"이라며 "이 경우 실소유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