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지역경제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덩달아 지역 소재 기업과 주민들의 법률 서비스 수요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신문은 부산 울산 대구 대전 광주 인천 등 주요 도시의 간판급 법무법인(로펌)과 합동법률사무소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지난해 10월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한국전력공사 등에 490억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경남 사천시와 남해.하동.고성군 일대 어민 350여명이 "삼천포발전소 건설로 어획량이 급감했다"며 보상금 청구소송을 내 승소한 것.집단소송 성격의 이 사건은 엄청난 소송가액도 화제가 됐지만 지방 로펌과 서울 중견 로펌 간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지역 변호사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결국 어민들을 대리해 서울 로펌에 보기 좋게 KO승을 거둔 이 지방 로펌이 바로 법무법인 국제다.

법무법인 국제가 출범 15년 만에 영남권 최대의 로펌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방이라는 한계를 넘어 부산과 울산,창원 지역 기업과 주민들에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일 부산지방법원 바로 앞쪽에 위치한 부산법조타운 7층의 '법무법인 국제' 사무실.변호사들과 직원들이 법원 제출 서류를 챙기고 살펴보느라 쉴 틈이 없다.


이 회사의 수임 건수는 지난해만 해도 월 80건 정도였으나 올 들어 1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원철 대표변호사는 "지방 로펌도 끊임없이 수요가 창출되는 트렌드를 잡으면 성공할 수 있다"며 "해마다 10% 정도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국제의 강점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데 있다.

주 타깃은 민사사건.국제는 도시개발.재건축.재개발사건을 중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건축 관련 용역회사들의 법률 서비스를 맡고 있는 것.보험회사와 증권회사 등 금융 분야도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다.

특히 부산이 세계적인 항만 도시라는 점을 감안,해사부를 두고 선박과 해운 해양 무역 등 해상사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지역 중견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률분쟁을 알고 예방하자"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법률자문 공문을 보내고 방문하면서 기업 분야 법률시장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소액채권 회수시장도 개척,지난해 전국 최고 수준의 처리 실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축적해온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신속 정확한 '맞춤형 법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는 "현재로선 송무 비중이 80%,기업 업무가 20% 정도지만 앞으로 기업 분야 업무를 50%까지 늘리겠다"며 "특히 기업자문과 기업인수합병,사업프로젝트 검토에 집중적인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국제가 문을 연 것은 1994년.지방에 로펌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당시,법조 환경의 변화를 예견한 김석주.이원철.유기준 변호사 등의 선구적인 결단으로 출범했다.

"지방 법률문화가 워낙 낙후된 데다 부산과 울산,창원처럼 기업이 몰려 있는 산업도시에 제대로 된 기업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작했죠"(이 대표변호사).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법무법인 국제에는 변호사 19명과 직원 35명 등 총 54명이 일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모두 화려한 경력을 지닌 실력파다.

각급 법원에서 법원장과 부장판사 등으로 재판실무 경력을 쌓은 중견 변호사와 정보통신산업 등 새로운 법률 분야에 대한 참신한 지식을 습득한 젊고 유능한 변호사들을 동시에 갖춰 다른 로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같은 노력과 명성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한진중공업,쌍용건설 등이 영남지역에서 발생하는 송무사건을 법무법인 국제에 1순위로 의뢰할 정도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