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물가대책에서 주요 수입제품 100여개 품목의 평균 수입단가를 공개하는 방안까지 추진키로 한 것은 앞서 발표한 두 번의 물가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가 도무지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기존에 내놓은 유류세 10% 인하라든지 52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가격동향을 점검하는 정도로는 원자재발(發) 쇼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입품 물가를 억제하는 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품목별 평균 수입단가를 공개해 의도적으로 고가(高價) 정책을 펴고 있는 일부 수입업자를 압박한다는 게 골자다.

국산제품에 대해서는 이달 중 커피와 화장품 그리고 6월에 자동차 등에 대해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을 비교하는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제조업체들에 간접적인 가격 인하 압력을 넣는다는 것이다.


◆수입사 마진폭 줄여 물가 잡는다

오는 20일 관세청 홈페이지에 100여개 생활필수품의 품목별 평균 수입 단가가 공개되면 해당 제품 수입업자들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부는 개별 제품가가 아니라 원산지별 브랜드별로 평균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수입업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안경테의 경우 '이탈리아산 안경테,프랑스산 안경테의 평균 수입단가는 얼마'라는 식의 정보가 적나라하게 알려지면 '명품' 대접을 받으며 수십만원대에 판매되는 '구찌'나 '샤넬' 등의 안경테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별 평균가격이 공개되는 게스 캘빈클라인 등 5개 청바지 브랜드는 타격이 더 크다.

한 명품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 명품은 제조원가보다 로열티나 국내 마케팅비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소비자들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브랜드 파워를 높일 목적으로 현지보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고가 정책'을 펴고 있는 수입 제품을 직접 겨냥해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게 병행 수입에 대한 규제 완화다.

외국 제조업체의 생산 및 판매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던 것을 없애고 통관보류 기간도 10일로 단축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확히 해당 제품의 수입가를 공표하는 것이 아니라 5~6개 제품의 평균 수입가를 공개한다는 방침이어서 실제 가격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산 공업제품 가격 감시 강화

이 밖에도 정부는 국내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공산품에 대한 가격 감시를 강화하고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는 등의 대책도 함께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중순께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높은 커피 화장품 등을 조사해 가격차와 그 이유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6월에는 '국산을 미국에서 역수입하는 게 더 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국산자동차에 대해서도 똑같은 가격 비교 정보를 조사해 발표키로 했다.

국제곡물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사료업체 제분업체 등 국내 주요 곡물 수입업체와 식료품 생산업체 등의 해외 농업개발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와 농협에 선물시장 관련 전문가를 채용ㆍ양성해 국제곡물가격 변동위험에 대한 대응능력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유류소비 절약을 강제하기 위해 공공부문 전광판ㆍ광고 등을 당분간 소등하고 정부중앙청사에서 실시 중인 주차장 유료화를 지방자치단체 청사나 여타 공공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