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하면 흔히 범선 모양으로 유명한 '버즈 알 아랍' 호텔이나 인공섬 '팜 주메이라' 등을 떠올리게 된다.

대규모 휴양지와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두바이의 현대적인 모습이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옛 '사막의 어촌마을' 대신 각인된 이미지다.

이 열사의 땅에서 흰 눈이 휘날리는 실내 스키장 '스키 두바이'와 마주치면 그 인공미의 극치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두바이에는 아직도 '날것'이 남아 있다.

그리고 두바이 사람들은 이를 관광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바로 '사막 사파리'다.

차를 타고 길도 없는 사막의 모래 언덕을 누비다 전통마을에서 벨리댄스 공연을 보며 저녁식사를 즐기다 보면 어느덧 중동의 문화를 절반 이상은 체험한 듯한 느낌이 든다.





■ 사막에서 '롤러코스터'를

사막 사파리는 지프에서 시작해 지프로 끝난다.

두바이 시내에서 오후 4시 반께 관광객을 실은 지프는 남쪽 외곽으로 50분가량을 달려 사파리의 주무대인 '라흐밥 사막'에 도달했다.

지프는 도로가를 벗어나 사막으로 들어서더니 순식간에 엔진 굉음을 내며 모래 언덕으로 내달렸다.

관광객들의 비명이 일제히 터져나오는 가운데 차는 언덕 꼭대기에 오르자 곧바로 멈췄다.

운전사 하메드 발로시씨는 차에서 내려 타이어의 공기를 4분의 1가량 뺐다.

공기가 꽉 차 있으면 이동할 때 경삿길에서 전복되거나 모래에 파묻힐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차에 탄 운전사는 관광객들을 돌아보며 "안전벨트를 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지프는 굉음과 함께 사막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내 지프 안은 관광객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지프는 롤러코스터처럼 7~10m 높이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옆으로 전복할 듯 30도가량의 모래 언덕 경사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내달리기를 반복했다.

운전사는 사파리 운전 자격증을 딴 전문가다.

"사파리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야 재밌다더라"는 옆자리 관광객의 말에 벨트를 풀어보았다.

20초도 되지 않아 차 천장에 머리를 찧고서는 다시 매야 했다.

한 15분 정도 지났을까.

중국인 여자 관광객 한 명이 운전사에게 부탁해 차를 세웠다.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막의 모래에 점심에 먹었던 음식물들을 쏟아부었다.

다소 진정된 그를 태우고 지프는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5분가량을 더 달려 지프는 휴식 지점에 도착했다.

운전사가 보닛을 열고 엔진의 열기를 식히는 가운데 관광객들은 사막을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래 언덕과 듬성듬성 자란 풀밖에 없었다.

모래를 손에 움켜쥐자 고운 입자가 느껴지면서 곧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바람에 휘날렸다.


■ 낙타 타고 문신 새기고…문화 체험

10분가량을 쉰 뒤 차는 다시 모래 언덕을 달렸다.

제법 익숙해졌을 만한데도 관광객들은 연신 비명을 질렀다.

5분가량을 더 달린 후 지프는 사막을 빠져나와 몇몇 기념품 가게 등이 모인 건물가로 향했다.

차를 멈추자 정비사가 나와 지프 타이어에 공기를 다시 채웠다.

가게 직원들은 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을 상대로 곧바로 호객에 나섰다.

기념품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은 22달러짜리 낙타 모양 기념품을 절반 이상 값을 깎아 10달러에 샀다.

쇼핑이 끝난 후 지프는 약 500m를 달려 사막으로 다시 진입했다.

이번에는 싸리나무로 지은 듯한 전통마을 앞에 섰다.

시간은 오후 6시40분.입구에는 낙타 두 마리가 앉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들은 관광객을 태우고 원을 그리며 50m가량을 걸어다녔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운데 무대가 자리해 있고 그 주위를 상이 차려진 양탄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7시 반쯤이 되자 저녁식사가 나왔다.

식사는 뷔페식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메뉴는 양 갈빗살(램찹)이다.

감자와 양파를 섞어서 만든 커리,토마토,파슬리 잎 등을 갈아 만든 아랍 전통음식 '더불라' 등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다.

한쪽에는 헤나 문신을 새겨주는 자리도 있다.

이 문신은 결혼식 등 축제 때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기 위해서 행해졌다고 한다.

헤나라는 나뭇잎을 말려서 으깬 뒤 여기에 유칼립투스 오일과 레몬을 섞으면 묽은 점토질의 회색빛 용액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갖고 손이나 팔에 전갈,꽃,나비 등의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새긴 그림은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


■별빛 아래 벨리댄스

오후 8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됐다.

동유럽 출신으로 보이는 금발의 무희가 '반짝이' 의상을 입고 무대로 올라섰다.

그는 간단히 벨리댄스를 펼쳐보이더니 이내 가슴과 머리에 모형 검을 올려 놓고 몸을 흔드는 등 '아크로배틱'한 장면을 연출했다.

신들린 듯이 고개를 돌리며 풀어헤친 긴 머리를 휘날릴 때는 관람객 사이에서 탄성의 소리가 나왔다.

무희는 중간중간 관람객들을 무대 위로 올려 자신의 동작을 따라하게 했다.

종반에는 모든 관람객들이 다 무대로 나와 함께 춤을 추는 시간을 갖는다.

무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은 보너스다.

9시가 좀 넘어 공연이 끝났다.

하늘을 보니 별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프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시내로 다시 향했다.

잠시 눈을 붙였다 일어나자 창 밖에 하늘을 뚫을 듯한 고층 빌딩들이 눈에 띄었다.

숙소 앞에서 여행을 함께 했던 관광객 일행,운전사와 작별인사를 했다.

모래 언덕에서 토했던 중국인 관광객의 표정이 어느덧 밝아져 있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