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세계화 실태를 다룬 책으로 수백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그는 이 저서에서 수십억 인구와 기업들이 지리적 위치나 언어,문화에 상관없이 동시에 벌이는 무한경쟁시대를 소개하고 있다.

프리드먼은 평평한 지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로 인도와 중국을 꼽았다.

이념과 국경을 초월한 세계화는 과거 20년간 지구를 달군 글로벌 화두였다.

무역장벽이 허물어지고 인적ㆍ물적교류가 왕성해지면서 하나 되는 세상이 곧 오는 듯했다.

게다가 인터넷은 세계화를 앞당기는 촉매제 구실을 해냈다.

이런 세계화가 뜻하지 않게 역풍을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엊그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해외투자와 무역에서 국가간 장벽이 높아지고,석유 등 자원에 대한 국유화가 늘고 있으며,이민규제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구촌에 신(新)내셔널리즘(국가주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유는 이렇다.

9ㆍ11테러 이후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석유 등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고,곡물부족에 따른 식량안보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는 더 이상 평평하지 않다는 얘기다.

세계화의 전도사 구실을 하는 다보스포럼도 지난번 회의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금융불안을 세계화가 가져온 부작용으로 진단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세계화에 대한 의문은 지난해부터 거론돼 왔다.

미국의 권위있는 외고잡지 '포린어페어스'와 '포린폴리시'는 "세계화가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 "세계화의 실상이 과장되고 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세계화가 지속될 것인가",아니면 "신내셔널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인가"하는 문제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소국(小國)일수록,빈국일수록 고통이 더욱 커지리라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