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양국의 비준 절차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의회의 비준에 변수로 작용했던 한.미 쇠고기 협상까지 타결돼 한.미 FTA의 비준을 위한 미 행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美 비준 절차 본격화 예상

미 행정부는 지난해 4월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이후 의회 설득 등 물밑 작업은 진행해 왔지만 비준동의안 제출 등 실질적인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다.

한.미 FTA에 앞서 협상을 타결한 미.콜롬비아 FTA, 미.파나마 FTA 문제도 남아 있었으며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한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자동차 분야 재협상 등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을 이미 의회에 제출했고 한.미 FTA와 관련해 의회와 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쇠고기 문제가 타결된 데 이어 양국 정상이 조기 비준의 필요성에 대한 상대방의 의지를 확인하고 합의한 만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제출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한.미 FTA를 연내에 통과시키려면 의회가 휴회에 들어가는 8월 1일까지는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늦어도 5월~6월 초에는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에 따른 휴회 이후 9월부터는 11월 대선에 모든 관심이 집중돼 8월을 넘기게 되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해도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

또 무역촉직권한법(TPA)에 따라 협상이 타결된 FTA 비준동의안의 의회 심의 과정에서 법정 기한인 90일을 모두 채운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 행정부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제출 시기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 처리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제출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 행정부는 협상 타결 순서대로 콜롬비아에 이어 한국과의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며 현재 콜롬비아와의 FTA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지만 미 의회는 처리를 무기한 연기해 놓고 있다.

미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한 19일 의회에 미.콜롬비아 FTA의 비준동의안을 다시 다뤄달라고 재의를 촉구했으며 의회 측과 협상을 하고 있어 콜롬비아 문제가 잘 해결되면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FTA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들인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등에게 FTA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 의회의 비준동의안 통과를 추진할 미 행정부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 韓 비준 처리 가속화

미국보다 앞서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한국의 내부 절차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 이달 25일부터 한.미 FTA와 민생법안 등을 위해 한 달간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고 FTA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다음 달 초에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다수당인 통합민주당 내부에서 한.미 FTA의 17대 국회 회기 중 처리 문제에 대해 논란이 있고 정상회담을 앞둔 쇠고기 협상 타결에 대한 일부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한.미 정상의 합의가 비준동의안 통과에 무게를 더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내부에서는 미국 측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만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이 연내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런 지적들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쇠고기 문제도 일부 농촌 출신 의원들이 반대할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미 총선이 끝나 국회의원들이 한.미 FTA를 처리하는 데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송백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FTA 팀장은 "우리 국회에서 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비준동의안에 반대하겠지만 총선이 끝났기 때문에 반대 정도는 이전보다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적극 비준 방침에 따라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18대로 넘어갈 경우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의원 수가 과반이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는 있으나 처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