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류계의 좌장격이었던 이재오 의원의 총선 낙선 영향으로 여권내 세력 재편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대선 승리후 명실상부한 당내 주류가 된 `범이명박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경선과 대선 과정을 진두지휘해온 이재오 의원과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게 모든 힘이 쏠려있던 게 사실.
그러나 6선이 되는 이 부의장이 대통령의 형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2선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상 밖으로 이재오 의원이 `생환'에 실패하면서 여권은 실세 내부의 권력지도를 어느 정도 수정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주요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향후 이 의원의 공백을 메우면서 과반 여당인 한나라당을 이끌 `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물밑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양상이다.

이 같은 현상은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당권 경쟁과도 맞물려 있어 여권내 권력 흐름의 향배를 보여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주류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선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정몽준 최고위원의 역할이 주목된다.

대권에까지 도전했던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는 주류의 대표주자 자격으로 당 대표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전국을 돌며서 당협위원장들을 접촉해 지지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입당한 지 얼마 안 된데다 과거 한나라당 집권 실패의 한 원인으로까지 여겨졌던 정 최고위원의 대표성을 주류측에서 인정할 것이냐 여부. 현재 "대표감이 못 된다"는 의견과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정두언 의원도 여권의 한 축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때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기반을 바탕으로 `안국포럼' 출신을 비롯한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호남 출신 재선의원으로서 과거 김덕룡 의원의 몫이었던 당내 호남계의 좌장 역할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특히 4선이 되는 남경필 의원과 손을 잡고 남 의원을 당권 또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폭적으로 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당위원장을 맡고있는 남 의원은 당내 중도개혁 세력 또는 소장파들의 리더로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다지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원내대표 후보와 대표 경선 주자로 모두 거론된다.

이른바 `이재오계' 중에서는 서울시당위원장인 공성진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재선이 되는 그는 `서울의 대표주자'를 자임하면서 7월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다.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뒤 이른바 `친이계'에 합류한 홍준표 의원과 안상수 원내대표도 4선 중진이 되는 만큼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직과 원내대표직 양쪽을 놓고 저울질 중인 홍 의원은 미국과 일본을 순방중인 이 대통령의 뜻을 따라 행보를 결정짓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이후 주류측 목소리를 가장 충실히 반영해왔다는 평가를 받은 안 원내대표도 5월말 임기가 끝난 이후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몽준, 홍준표, 안상수, 남경필, 정두언, 공성진 의원 등 `신(新)실세'를 노리는 인사들이 친박(親朴.친박근혜) 탈당자들의 복당과 같은 민감한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처럼 여권 내부가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형국이긴 하나 여전히 이 부의장이 여권의 `실세'라는 점에 이의를 다는 인사들은 거의 없다.

한 측근은 "이제는 사실상 친이계 전체가 이상득계 아니냐"고 말했다.

`이상득 후보사퇴'를 요구했던 수도권 소장파 당선자들도 총선 이후 이 부의장을 직접 찾아와 "죄송했었다"고 사과했을 정도다.

정두언 의원 역시 몇 차례 이 부의장을 만나 "오해가 있다면 풀어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권에서는 여전히 이 부의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의원 또는 당선자들이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 부의장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나 전대에서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는 특정 인사를 지지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