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오는 20일 지리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그 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지리산 노고단 등을 일주일 정도 돌아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산에 머무는 동안엔 외부와의 연락도 끊을 예정이다.

지리산은 정치인 이재오에게 `영혼의 안식처'이면서 `길을 묻는 곳'.
2006년 7월 전당대회에서 아쉽게 2위에 그쳤을 때 측근들과 지리산 선암사에 머물며 최고위원직 수임 여부를 고민했고,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직후 `2선 퇴진론'이 나오자 지리산을 종주한 뒤 "대선 승리를 위해 끝까지 앞장 서겠다"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 의원의 앞에는 결단의 과제가 놓여있다.

17대 의원 임기가 끝난 이후 자신의 진로를 고민중인 그는 지리산에서 돌아와 향후 거취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의원은 `원외 대표' 출마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 정치권을 떠나 미국에서 장기 또는 단기 연수를 하며 머리를 식히고 견문을 넓혀 후일을 도모하는 쪽으로 사실상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측근들이 국내에서 전당대회 등 여권의 대소사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안을 권유하고 있지만 "권토중래를 위해 떠나야 한다"는 핵심 측근들의 적극적인 연수 권유가 이 의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김영삼(YS) 전 대통령 측은 YS가 지난 16일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구 민주계 출신 친박(親朴) 인사들과 만나 "이재오, 이방호 의원의 낙선을 보고 기분이 좋아 잠이 안오더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YS의 한 측근은 "배드민턴장 등에 가니 `속 시원하다', `좋아서 안 자고 술마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더라는 말을 전한 것뿐"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친박 구 민주계 출신들도 "김 전 대통령이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