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의 비결은 바꿔야 산다? 지난해 충무아트홀에서만 네 번 마주친 여성이 있다.

워낙 뮤지컬을 즐겨 보러다녀 웬만한 제작사에서는 대부분 VVIP로 대우받는 관객이었다. 그는 당시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던 뮤지컬 '쓰릴미'를 보러왔다고 했다.

소극장 작품이지만 두 남자 배우의 동성애 코드부터 멋진 몸매,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등에 매료됐다는 것. 그는 이후로 6번이나 더 '쓰릴미' 공연장에 나타났다고 한다.

요즘 뮤지컬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들리는 이야기는 세간의 관심을 끌 만한 이렇다할 대작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각 제작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중소형 규모의 소극장 작품들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관람권 가격이 대형뮤지컬의 절반밖에 안되는 소극장 작품들에는 마니아 관객의 반복 관람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들 마니아는 20~30대 여성이 중심이 된다.

작년에 큰 화제를 모았던 몇몇 소극장 뮤지컬의 경우 여성 관객의 점유율이 90%를 넘었고,같은 작품을 많게는 수십번 관람한 관객도 생겼다.

제작사들은 이런 반복 관람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공연마다 다른 느낌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선호도가 높은 배우를 더블 캐스팅으로 편성해 관객들이 배우를 비교하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게다가 더블 캐스팅된 그 배역이 여러 개라면 배우별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마니아 관객을 세 번 이상씩 공연장에 오게 할 수도 있다.

아예 시즌별로 연출가가 바뀐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기도 한다. 여러가지 시도 끝에 가장 관객 반응이 괜찮은 것으로 작품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관객 입장에선 연출가가 교체되었다는 소식에 우려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기대를 갖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동선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달라진 느낌을 주는지,장면의 새로운 해석은 없는지 일단 챙겨보게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식의 관객몰이는 제작사와 연출가ㆍ배우들 사이에 '해고'와 '고용'이 이어지는 피바람을 부른다는 점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다.

제작사들은 새로운 버전을 위해 계속해서 연출가를 바꾸게 되고,이는 곧바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배우의 물갈이로 이어진다.이런 제작사의 노력에 이왕이면 연출가와 배우에 대한 정직한 대우도 보태졌으면 좋겠다.

결국 제작사들이 새로운 버전도 연출가와 배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면 말이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