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래 <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

지난 8일 지구 궤도에 오른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19일 지구로 돌아온다.

이번 우주 오디세이는 그녀에게는 개인적 영광이지만,한국 과학기술의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계획에는 약 310억원이 들어갔고,러시아에 제공한 돈만 210억원이라고 한다.

그 많은 돈을 들여 러시아 우주선에 편승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논란도 있다.

사실 로켓도,비행체도 우리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 한국 우주인은 '우주인(astronaut)'이라기보다는 '우주비행 참가자(spaceflight participant)'라는 논평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형편에서는 이 정도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제 반세기 역사밖에 되지는 않지만,우리는 우주 개발에는 전혀 손쓰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와 함께 시작된 소련과 미국의 우주 경쟁은 1961년 첫 우주인 이래 이미 35개국에서 474명의 우주인을 탄생시켰다.

한참 뒤처지긴 했지만 그런대로 오는 12월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우리가 러시아와 함께 개발한 최초의 발사체 KSLV-1을 쏘아올릴 계획이다.

그렇게 국산 과학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세계 9번째 위성 발사국이 된다.

하지만 12월의 발사체 역시 러시아에서 제공하는 로켓에 우리 기술진이 간접 참가하는 정도일 뿐이다.

앞으로 한국은 2017년 300t급 한국형 발사체(KSLV-Ⅱ)를 국산화하며,그것을 더 개발해 2026년까지는 달 탐사와 우주인 여행이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한다.

10년 뒤 자체 개발한 로켓으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20년 뒤에는 우리 우주인을 쏘아 보낼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 말하는 수백억원이 아니라 수천억,그리고 수조원의 돈을 쏟아 넣어야 한다.

아마 머지않아 그 엄청난 비용에 대한 반론이 나올 것이다.

'그래봤자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터인데,우주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런 걱정이 이소연의 귀환 이후 한국의 우주개발 열기를 오히려 식혀버릴지도 모른다.

정말로 우리는 우주계획은 포기하고 그 돈을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쓰는 편이 옳을까?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우주개발을 외면해서는 앞으로 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 앞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과 소련의 냉전(冷戰)에서 시작된 우주개발은 규모가 커지면서 더 큰 자금이 필요하게 됐다.

그 돈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는 외국의 참가를 권장하고 있을 지경이다.

또 미국은 2025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하겠다면서,동맹국의 참여를 권하고 있다.

우리도 투자만 하면 미국의 달기지에 한국인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개발 계획에 조심스레 투자하면서 우리 나름의 실력을 쌓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 한국의 우주개발은 초기의 원자력 발전을 연상시킨다.

고리1호 원자력발전소는 1970년 시작해 1978년 운전에 들어갔는데,당연히 턴키(turn-key) 방식이었다.

선진국 기술진이 다 지어놓으면 열쇠만 받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배워 들인 기술을 국산화해,이제 외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게 됐다.

오늘 우리의 우주개발 수준이 바로 그 '턴키'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렇게 시작하지만,우리 과학기술자들의 노력에 따라서는 20년 뒤면 선진 우주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가 그런 국민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내고,또 이끌어 가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