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 개막식에 이상 기류가 일고 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유엔 당국은 1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 정부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개막식에 불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 백악관도 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 여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의 8월 일정이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지극히 이르다"고 말해 부시의 개막식 불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달라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수락했으며, 올림픽은 정치와는 무관한 행사라며 개막식 참석 방침을 밝혀왔으나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이 그의 불참을 촉구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개막식 불참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마리 오카베 유엔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반 총장이 일정 문제로 인해 이 중요한 행사(개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몇 달 전에 중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어떤 일정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사무총장의 일정은 7~10일 전에 발표되는 것이 관례라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최근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각국 지도자들에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거부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반 총장의 개막식 불참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큰 관심이 모이고 있으나 유엔측은 반 총장이 불참 가능성은 티베트 사태 때문이 아니라 일정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 티베트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에 선을 긋고 있다.

유엔 관계자는 "일정상의 문제 때문에 개막식에 못 갈 수도 있다는 것이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사무총장의 일정이 워낙 많은데 이를 4개월 전에 미리 발표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반 총장이 티베트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몇 개월 전에 자신이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린 것에서도 보이듯이 이 문제가 티베트 사태와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반 총장은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을 못하더라도 올해 중국은 방문할 계획이다.

오카베 대변인도 "어떤 경우건 간에 반 총장이 올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은 오는 7월 7~9일 일본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 참석 등을 위해 동북아를 방문하는 길에 한국을 포함해 중국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브라운 영국 총리가 9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각국 정상들에 대한 올림픽 개막식 불참 압력은 커지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날 브뤼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중국당국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시작하지 않을 경우 유럽연합(EU) 정상들에게 개막식 행사에 불참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580대 24표의 압도적 찬성(기권 54표)으로 채택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