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도시 < 방송인 www.cyworld.com/idadaussy >

요즘 가수 유열씨가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에 배우로 참여해 연습 중이다. 연기와 노래,춤과 악기를 배우느라 하루 12시간씩 강행군이다. 지하 연습실에서 프리랜서 배우들과 연습하며 놀란 것은 그들의 강한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다. 멋진 쇼를 준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난 정말 그들의 100%,아니 200%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받았다.

이번 뮤지컬에 참여하면서 요즘 한국에서 성공적인 뮤지컬들로 이 분야가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한 달 동안 배우들과 함께하며 내가 또다시 놀란 것은 배우들의 불안정한 생활이었다. 특히 단역 배우들은 열정을 다해 일하지만 거기에 걸맞은 보답을 받지못하고 산다.

한국은 한때 '뮤지컬의 힘'을 한류에 불어 넣으려고 했으나 배우들은 여전히 17세기 프랑스 배우 '몰리에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유명 대형극단에 소속된 배우들이 아닌 프리랜서들은 특히 사회보장이나 보험 휴가 등의 혜택도 없고,심지어 사회적으로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할 때는 적은 급료라도 받지만 몸이 아프거나,임신을 했다거나,사고를 당했을 때는 당장 일터를 떠나야 한다. 기쁨과 열정으로 연기한 무대를 뒤로 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말이다.

프랑스에서 배우들은 물론이고 조명이나 기술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각자 상황에 맞는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다. 1년에 어느 정도 일한 것을 증명하면 일이 없는 동안에도 자동적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 아프거나 임신을 해서 일터를 떠난 경우에는 보상에 또 다른 보상을 더해서 받는다. 그로 인해 단역을 포함한 모든 배우들은 생계 걱정을 떠나 그들의 창의성과 열정,노력을 무대에 쏟아붓는다.

최근 한국에서 뮤지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로 뻗어나가며 한국의 문화를 실어나르는 커다란 파도가 되고 있다. 감독들은 배고픈 배우가 무대에서 하는 표현과 연기를 더 사랑할지 모르지만,21세기에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문화와 창의성은 위기에 놓여 있다. 배우들의 열정과 신념도 그렇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뮤지컬 극장을 찾아가 보자. 그리고 한류를 자랑스러워하기에 앞서 일선에서 땀 흘리는 배우들을 보호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21세기 한국의 현대 문화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