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2주 연속 우승과 메이저대회 2연승을 향해 가벼운 첫 걸음을 내디뎠다.

4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파72.6천67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2개를 막아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보기없이 버디만 다섯 개를 골라낸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67타)에게 1타차 단독 선두를 내줬지만 작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승을 노리는 오초아는 흡족하다는 표정이었다.

스터플스가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했다지만 그 때 이후 우승이 없어 '차원이 다른 골프를 친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오초아와 우승컵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엔 무리라는 분석이다.

스터플스는 지난해 아이를 낳느라 7개 대회 밖에 치르지 못했고 올해도 '톱 10'은 한번 밖에 없다.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비롯해 두차례 우승을 거둔 뒤 4년이 되도록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스터플스는 "지난주까지도 힘이 없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충전이 된 느낌"이라며 모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AP통신 등 미국 언론도 스터플스가 선두라는 사실보다 오초아가 1타차 2위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초아는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83.5야드에 이르러 웬만한 남자선수 못지 않은 장타력을 뽐내 동반 플레이를 펼친 작년 우승자 모건 프레셀(미국)의 기를 죽였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다소 벅찬 6천673야드의 코스도 장타를 펑펑 때려내는 오초아에겐 그리 어렵지 않았다.

버디 여섯 개 가운데 세 개가 장타에 이어 웨지나 쇼트 아이언으로 어프로치샷을 홀 2m 이내에 떨어뜨려 손쉽게 챙긴 것이었다.

13번홀(파4)에서는 프레셀이 페어웨이우드로 그린을 공략해야 했지만 티샷이 40야드나 더 날아간 오초아는 9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오초아는 "바람이 많이 불어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오늘 성적은 아주 만족스럽다"면서 "남은 사흘 동안 오늘처럼만 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션힐스골프장 직원들은 로레나의 우승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은 커다란 현수막도 오초아의 사기를 올려줬다.

돈많은 백인 은퇴자들이 모여 사는 주택단지를 끼고 있는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코스 관리를 비롯해 허드렛일을 맡아 하는 멕시코인들이 내건 현수막이었다.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오초아와 함께 공동2위에 오른 가운데 '태극자매'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나마 오초아를 견제할 만한 순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는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6위에 오른 김미현(31.KTF) 뿐이었다.

무릎수술을 받고 아직 재활을 마치지 못한 김미현은 전보다 더 길어진 코스에서 장기인 페어웨이우드샷이 잘 먹히면서 버디를 4개나 뽑아냈다.

정일미(35.기가골프)와 이미나(27.KTF)는 프레셀,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폴라 크리머(미국) 등 우승 후보들과 함께 10위(1언더파 71타)그룹에 합류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프레셀은 "장타자인 로레나와 동반 플레이가 힘겨웠다"고 투덜댔고 소렌스탐은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차근차근 따라 잡겠다"며 '오초아 타도'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이 대회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박세리(31)는 이븐파 72타로 공동18위에 머물렀다.

박세리와 마찬가지로 이 대회 우승컵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미루고 있는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는 18번홀(파5)에서 볼을 두개나 연못에 빠트리며 10타를 친 끝에 4오버파 76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데이비스는 "스코어카드에 '10'이라는 숫자를 적어넣는 순간 난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어깨가 축 늘어진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오초아를 견제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신지애(20.하이마트)는 빠른 그린에 적응하지 못해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로 부진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