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 후면 나도 마흔 살이 된다.그래서인지 요즘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 들곤 한다.40년 가까운 세월을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중년신드롬'이 날 덮치는 느낌이다.
질 높은 삶을 살아왔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삶의 질이란 게 뭘까.
행복,자기만족,돈,멋진 직업,사랑,건강….이 중에서 하나라도 얻었다면 질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난 거의 미친 사람처럼 일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행복의 조각을 얻기 위해서 말이다.새 직업을 얻기 위해 일하고,한국생활에 적응하고,아이들을 낳고,일과 사랑스런 가정을 동시에 가지려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행복의 조각을 얻기 위해서라면 힘든 일도 주저하지 않고 '오케이'하고 받아들였다.
삶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일하고 아이 낳고 살다보니 마흔이 다가온 거다.모든 사람들이 아마 나처럼 살아갈 것이다.
난 요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한 채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청춘 때부터 줄곧 행복을 찾아서 달렸다.
삶은 마치 행복을 향한 레이스 같다.
돌아보면 그때 조금 더 삶을 즐기며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년 후쯤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는 것보다 지금의 삶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바쁘게 나날을 살아야 한다면 '현재'의 시간을 더 가치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삶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기 때문에 성취하면서 동시에 즐겨야 한다.
그럼 내일 죽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더 웃고,남편과 값진 시간을 같이하고,친구들과 만나는 약속을 더 만들고,막내 아들과 낮잠도 즐기고….6살 막내는 아직도 아기냄새가 난다.자라면 품안을 떠날 아들이기에 지금 더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싶다.
최근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적게 벌더라도 즐길 시간을 더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하루 하루의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하지만,그 하루도 돈 없이는 살기 힘들다는 것은 큰 역설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벌기 위해 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겁난다.
돈,성공,건강….그것들이 행복의 절대적인 열쇠일까.
마침내 그것들을 다 얻었을 때 정말로 질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영원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하나가 나중에 가질 수 있을지 모르는 2개보다 틀림없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