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지 만 1년이 된다.

피말리는 14개월의 협상 끝에 타결된 한.미 FTA는 그러나 현재 총선과 대선이라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정치일정 속에 묻혀 비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시 우리 측 대표로 협상을 주도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그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국회의원이 비준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17대 국회의 법적 임기인 5월 말까지 비준 동의안이 충분히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1월1일 협정을 발효한다는 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선거 등 정치일정이 개입되면 시장 개방과 같은 통상문제는 '찬밥 신세'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총선이 끝나면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전체 국익을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미국 정치권 일각의 재협상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비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FTA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는 등 미국 내 분위기도 크게 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현재 한국보다 먼저 타결한 콜롬비아와의 FTA 이행법률안을 처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미 정부와 의회 분위기를 보면 콜롬비아와의 FTA가 조만간 비준될 전망이고,그 다음이 한국"이라며 "8월엔 미 의회가 하계 휴회에 들어가는 만큼 5∼7월 사이에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7차 협상이 5월로 한 달 연기된 한.유럽연합(EU) FTA와 관련,김 본부장은 양측의 의지가 강한 만큼 상반기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EU 측에) 상품 개방폭을 확대하고 턱없이 높은 원산지 기준에 대해서도 새로운 안을 달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라며 "EU는 27개국으로 구성돼 있어 우리의 요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쟁점의 중요도가 높아지면 결국 협상에 나서는 사람도 고위급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5월 7차 협상을 전후로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고위급 회담을 가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내 협상 개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한.일,한.중 FTA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일본과는 FTA 협상을 진행하다가 중단한 만큼 또다시 중단될 경우 양국 관계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우리가 관심있는 농수산물 개방,일본의 유통구조와 같은 비관세장벽,정부 조달 등에 대해 일본이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본의 입장이 변화될 조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나라여서 국내적으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와 노력이 더 필요하다"면서 "실무적으로도 한.미 FTA 비준,EU와의 협상 타결은 물론 상당히 협상이 진전된 인도 캐나다 등과의 FTA 타결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어서 일본이나 중국과 연내에 협상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에너지.자원외교를 위해서는 60개의 해외 거점 공관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류시훈/사진=양윤모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