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릴레이 인터뷰] (8) 노태욱 LIG건영 사장 "올해는 에베레스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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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욱 LIG건영 사장(58)은 올 가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찾는다.
정상 도전은 아니고 베이스캠프까지 오르기로 했다.
산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작년 가을 회사 임원,노조 간부들과 함께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를 3500m 지점까지 오른 기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올해는 에베레스트를 가자고 약속했다.
2006년 LIG 그룹에 인수되기 전 ㈜건영의 노조는 민주노총 '핵심 부대' 중 하나였다.
10년간의 법정관리를 마치고 LIG그룹에 편입된 옛 건영 직원들과 LIG쪽에서 온 임원들의 조화는 회사의 존립이 걸린 숙제였다.
작년 2월 초대 사장이 된 노 사장은 동고동락을 통한 상호이해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벤트가 바로 안나푸르나 등정이었다.
노 사장은 "오두막에서 3박을 하면서 올랐다"며 "총 8박9일의 대장정이었다"고 소개했다.
고지에서 숨쉬기 힘들어 밤잠을 못 이룬 사람도 있었지만 서로를 격려한 결과,낙오자가 없었다.
이때부터 "회사를 살려 종업원들에게도 과실을 나눠줄 것"이란 노 사장의 다짐을 노조 간부들이 믿기 시작했다.
이런 노사협력이 바탕이 돼 작년 회사는 경상이익(37억원) 기준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수주 9296억원,매출 2050억원이라는 견실한 성적도 냈다.
올해는 수주 1조1000억원에 매출 3018억원,경상이익 69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영업이익까지 흑자전환하는 해로 만들자며 서로를 북돋우고 있다.
노 사장은 "작년이 새로운 경영기반 조성의 한 해였다면 올해는 성장궤도에 진입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급순위 19위의 옛 명성을 되찾고 중장기적으론 '건설업계 톱 10'에 진입하는 초석을 놓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런 비전의 지렛대는 '창조적 공급론'이다.
틈새시장,즉 '블루오션'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노 사장은 "지방 아파트 사업부지도 잘 찾으면 분양에 성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신흥 공업지역이 그 예다.
LIG건영은 실제로 작년 10월과 11월 충남 당진(593가구)과 경남 사천(902가구)에서 각각 아파트를 분양,순위 내 청약을 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고급 주거단지인 타운하우스를 서울 성북동(12가구)과 경기 과천 문원동(26가구)에 공급할 계획이다.
단독주택으로 지으면서도 단지 출입구를 한 곳으로 모으고 보안도 강화한 '게이트(Gate) 커뮤니티'를 선보인다.
노 사장은 해외사업에서도 '창조적 공급'을 강조한다.
한국 건설사들이 '고(Go),두바이'를 외칠 때 노 사장은 두바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주요 토후국인 아부다비로 눈을 돌렸다.
UAE 석유 매장량의 80%가 아부다비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작년 9월 아부다비 림아일랜드의 중심상업구역 땅을 샀다.
아부다비 정부가 상업과 주거,금융 중심지로 개발하는 곳이다.
다음 달 여기에 지상 29층,총 600억원 사업 규모의 오피스 빌딩을 짓는다.
이후 오피스 빌딩에 대한 소유권도 확보하고 임대와 관리도 직접 할 계획이다.
노 사장의 시야는 카타르 쪽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노 사장은 '윤리경영'을 강조한다.
그는 "건설업 하면 일반인들이 가장 부패한 산업 분야로 인식한다"며 "이런 나쁜 이미지를 씻자고 직원들과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LIG 임직원의 부당한 거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신고하라고 말할 정도다.
노 사장은 "협력업체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우리 회사의 성과도 올라가는 일거양득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내에선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로서 솔선수범하고 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여는 팀별 다과회 때 임원이나 팀장을 빼고 직원들과 직접 얘기한다.
'현장의 작업복이 모자란다','교통비 지원이 적다' 등의 세세한 얘기까지 듣는다.
"리더가 잘날 필요는 없습니다.
조직원의 잠재력을 키우고 발휘하도록 하면 되지요.
약 800년 전 칭기즈칸이 별 볼일 없던 몽고족 200만명을 이끌고 2억명의 세계인을 지배했던 게 단적인 예입니다."
글=장규호/사진=김영우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