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소장 >

일본 노트북PC 업체에 가방을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최근 가방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유럽에서 전량(5억원 상당)을 반품 조치 당했다.

지난해 미국 마텔은 중국에서 하도급 생산한 장난감에서 납이 검출돼 대량 리콜했으며,애플은 지난해 6월 출시한 휴대폰에서 국제적으로 사용을 자제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돼 환경단체의 비난을 샀다.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수출을 하는 전 세계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환경 선진국인 유럽을 중심으로 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화학물질을 포함한 제품에 대한 규제가 수출 장벽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는 소비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1t 이상을 유럽연합(EU) 내에서 제조하거나 EU로 수입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을 의무화했다.

오는 12월1일까지 사전 등록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 수출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에 세계 기업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수출에 국운이 걸린 우리나라는 이런 국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그러나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기업은 오히려 기회를 맞고 있다.

환경은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과제이며 누구도 이 대명제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해법은 청정생산 기술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도 환경에 가치를 두고 있으며,기업의 친환경제품 디자인과 유해화학물질 사용을 자제한 제품에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됐다.

제품 설계 때부터 재활용이나 재제조가 가능하도록 제작할 뿐만 아니라,대체물질 개발을 통해 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위한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두 번째 해법은 REACH 사전 등록이다.

보다 강력해진 이 규제는 안전성에 관해 수입자와 제조자가 위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6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사전 등록하지 않으면 수출길조차 막힌다.

농산물,축산물을 제외하고는 모든 제조물이 제품,포장 등에서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유럽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인 자동차,전기전자,섬유 등은 이 규제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대체물질 개발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사전 등록은 필수다.

갈수록 기술 격차가 줄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제품 생산과 국제 환경규제 사전 등록은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기다.

적극적인 청정생산기술 개발과 REACH 사전 등록으로 두 번 웃을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