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만 다섯 번을 다녀왔어요"

20일(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 '러시안 포크 뮤직'의 선율 속에 낯익은 커플이 은반 위에서 화려한 춤 동작을 펼쳐보였다.

춤 사위의 주인공은 지난달 고양시에서 열렸던 4대륙선수권대회에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나서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유선혜(23)-라밀 사르쿨로프(26) 조였다.

이틀 전 규정종목인 컴펄서리 댄스에서 31개 팀 중 26위를 차지했던 유선혜-라밀 조는 이날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아이스댄싱 오리지널 댄스 연기를 펼쳤다.

결과는 35.08점. 4대륙대회에서 기록했던 33.78점보다 1.3점 끌어올린 시즌 베스트 점수였지만 아쉽게도 24위까지 출전하는 프리댄스 출전자격을 따내지는 못했다.

말하자면 예선 탈락인 셈.
하지만 유선혜는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으로 나서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섰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유선혜는 연기를 마친 뒤 "4대륙대회 때 실수했던 부분과 점수를 낮게 받았던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며 "많이 보완을 했지만 그래도 첫 시즌이어서 부족한 게 많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너무 떨려서 경기 직전에 화장실만 다섯 번을 다녀왔다는 유선혜는 "많이 긴장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며 "이렇게 큰 대회에 나올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만 해도 감사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너무 재미있는 한 시즌을 보냈다.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감사한다"며 "한 달 동안 푹 쉰 뒤 다음 시즌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