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부녀회장님 오시네.안녕하세요 어머니!"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3선을 노리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20일 새벽 운동화를 신고 삼청공원에 나타났다.

밑창이 둥글게 처리돼 관절을 보호하는 신발을 신고 온 동네를 누빌 태세다.

테니스장 배드민턴장을 돌아다니며 인사하더니 총리공관 앞길의 식당이며 슈퍼마켓이며 자동차정비소까지 모두 훑었다.

"명성마트 사장님은 주민자치위원장이에요.

세탁소 사장님은 선진당 정인봉 후보의 골수팬인데 그래도 인사는 꼭 드려야 해요.

터줏대감이시거든."

박 의원은 3000명이 산다는 삼청동 주민들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하며 동네를 활보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를 물은 후 "야당에 센 사람이 나왔지만 종로의 아들인 제가 종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시간 북악산 서울 성곽의 와룡공원에는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일찌감치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배드민턴에 열심이던 주민들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손 후보가 나타나자 반가움을 표시했다.

'종로 토박이'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박 의원에게 맞서 손 대표는 "제가 졸업한 경기중 경기고 서울대가 당시에는 모두 종로에 있었다"고 인연을 부각시켰다.

그는 야당수장으로서 정치 1번지 종로에서 힘을 얻어 한나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국민들에게 잘못되고 있는 '정치'를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드리러 출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전 9시에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때문에 금세 공원을 떠나야 했다.

박 의원에 비해 지역 주민들을 만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잦은 방송 노출을 통한 '공중전'에서 우위에 있는 게 강점이다.

경기고·서울대 9년 선후배인 두 후보는 18대 총선 최대 격전지 종로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손 대표를 이겨 3선을 달성,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반면 손 대표는 명실상부한 야당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이날 MBC·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박 의원(42.9%)이 손 전 대표(31.2%)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 승부를 장담하기는 이르다.삼청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지역을 잘 아는 박 의원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이 많지만 공천 갈등을 보면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사람도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시민은 "지난해 경선에 불복해 당적을 바꾼 손 대표에 대해 감정이 안 좋지만 종로는 원래 야당 성향이 강해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