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문제로 표면화된 통합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7일 초경합지역의 여론조사 경선결과를 발표하고 공천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 민주계가 전략공천 지역배정을 놓고 공개적으로 반발, 내부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구 민주계가 문제삼는 핵심대목은 `통합의 몫'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 2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할 당시 `균형공천'에 합의했음에도 공심위와 구 신당계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구 민주계를 대표하는 박상천 대표가 호남권 5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요구했으나 공심위가 이를 거부한 게 불만의 핵심.
그간 공개적 발언을 가급적 아꼈던 박상천 대표는 이날 오전 지도부 회의에서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원(元) 민주당은 5년간 가장 피해를 받은 야당으로서 당내의 많은 유능한 사람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며 "따라서 통합을 하면서 상당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구 신당계와) 전략공천에 대한 합의를 했었다.

이것을 표현하기 어려워 합의문에는 균형있는 공천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균형있는 공천을 위해 처음에는 9곳을 신청했지만 신당측의 사정을 이해해 5곳으로 전략공천 지역을 조정했다"며 "그런데 이것이 지연되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한없이 늦추면 통합민주당의 공천확정에 지장이 올 것 같아 권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공천 대상으로) 거론되는 호남 도당위원장들은 당에 기여한 것을 고려해 명단에 넣은 것"이라며 "마치 특수관계가 있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하고 "이 문제는 금명간 제가 결단하겠다.

균형있는 공천이 왜 중요한 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심사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구 민주계 일각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강경론까지 나오고 있다.

구 민주계의 한 핵심당직자는 "통합합의문에는 분명히 균형공천이 못박혀있는데도 공심위가 구 신당계에 유리하게 편파적 심사를 하고 있다"며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계파가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계파없는 정치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승 공심위원장측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선거경쟁력을 보완하는 취지의 전략공천을 `계파간 지분 나눠먹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공심위 핵심 관계자는 "공천하면 당선되는 지역인 호남권의 일부를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달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통합 합의문의 균형있는 공천은 계파간 수적 균형을 뜻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균형있게 공천하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상천 대표가 전략공천을 주장하는 5개 지역은 1차 심사에서 배제한 인물을 넣거나 특정인을 살리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순수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대표측은 공개적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측근인사들은 공심위측 의견에 동조하는 기류가 강해보인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박상천 대표와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이르면 이날 중 만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이 공천작업을 완료하고 총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시일을 늦추기 어렵다는 내부의 상황인식이 높은 탓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얽힌 공천문제의 특성상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