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워크숍.."우리 자신 되돌아볼 필요"
"좋은 환경덕에 그 정도 유지" 참여정부 비판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16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 정부 첫 국정철학 공유 확산을 위한 장.차관 워크숍은 경제위기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함께 현실적 해법을 구하는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제 1, 2차 오일쇼크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위기극복을 위해 가장 먼저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과거 현대건설 CEO(최고경영자)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기업.근로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기 진작 필요성과 함께 공직자들의 솔선수범 및 창의적 변화를 주문했다.

모든 변화와 쇄신의 출발점이 공직사회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노타이에 간소복 차림으로 회의시작 10분 전인 오전 9시50분께 행사장에 도착해 한승수 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커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즐겼다.

하지만 워크숍 시작 이후에는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시작 직전 유 장관이 이날 오전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거론하며 `5년만에 문화부 장관이 처음 행사에 참석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요즘 기록 많이 깨는구먼"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이날 워크숍이 끝난 후 만찬을 함께 하며 토론을 계속 이어간다.

◇"오일쇼크 이후 최대위기" = 이 대통령은 30분 가량의 모두발언 상당부분을 `경제' 얘기로 채웠다.

이 대통령은 먼저 "지금 현재 부는 위기는 아마 오일쇼크 이후 최대인 것 같다.

예측이 확실히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긴 하지만..."이라며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사실 지나간 10년은 국제환경이 참으로 좋았던 시절"이라면서 "새 정부가 시작된 지금은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원자재값과 환율도 오르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가 유류값을 10% 내렸지만 10-20% 올라갈 때 10% 내리는 것은 별로 국민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세수만 줄고 국민이 체감하는 바는 전혀 없다"며 정책집행 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뒤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크게 주지 못하고 심리적으로도 도움을 못 주면서 정책을 편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평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워져 내수가 점점 악화되면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은 서민 생활이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이럴 때 여유 있는 분과 기업이 쓸 것은 써야 내수가 나아지는데..."라며 `가진 자'들의 생산적 소비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기업.국민 합심필요.

.기업 사기진작 시켜야" = 경제위기 극복방안으로 이 대통령은 국민적 단결을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과거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이나 노동자, 공직자, 국민 모두가 하나가 돼 같은 방향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전진이 가능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경제활동의 최일선에 서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 필요성을 힘 주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근로자의 사기도 올려야겠다"면서 "사실 근로자들이 힘을 모아주면 기업의 생산성이 10-20% 올라간다.

그러면 원자재값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상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과거 현대건설 CEO 시절 겪었던 경험 2가지를 소개했다.

연초가 되면 대통령이 중동에 나가 있는 근로자들에게 `여러분은 근로자가 아니라 산업역군이다.

여러분이 버는 달러가 한국경제를 살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가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감동을 줬다는 얘기와, 또 하나는 1차 오일쇼크 이후 2차 오일쇼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수출 실적에 따라 기업에 수입 자동차의 급수를 정해 줘 타고 다니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두 번째 사례와 관련, "그렇게 형편없던 시절에도 정부는 민간기업을 굉장히 격려하고 인센티브를 줬었다"고 회고했다.

◇"6개월쯤 지난 것 같다.

.지금 10년은 과거의 30년" = 이 대통령은 취임후 지난 20일간을 되돌아 보면서 "한 6개월쯤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오늘이 딱 20일이 되는 날인데 국민도 언론도 한 6개월은 된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언론은 한 1년쯤 된 정권으로 알고 우리에게 아주 많은 충고를 해 주고 있다"면서 "아마 우리에게 많은 기대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 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는 얘기다.

물론 부실검증 논란 속에 새 정부 각료 내정자가 3명이나 낙마하는 등 정권 초기의 어려움 때문에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 부분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어 새 정권이 탄생했다.

사실 지금의 10년 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 기간으로 따지만 적어도 30년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새 정권의 첫 내각이고 또 그 내각의 정무직으로서 여러분이 함께 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긍지와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정은 신중하게 추진은 빠르게" = 이 대통령은 워크숍에서 공직자들의 자세변화도 잊지 않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가 예상되는 아주 초기단계에서 `국민에게, 기업에, 노동자에게 어떻게 해 달라'고 하기 전에 `공직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고 자세가 어떠한 것인지를 반문하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제시한 지도자의 세 가지 유형, 즉 전통과 관습에만 따르는 `전통지향형', 다른 사람의 눈치만 살피며 처신하는 `타인지향형', 자기 확신과 주체성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 가는 `내부지향형'을 소개하면서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방식과 관련해 "결정하는 과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빠르게 추진하지 않고 주저하거나 사방을 살피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떠 내려 갈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의사결정과 속도감 있는 업무추진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위기에 휩쓸릴 수도 있고 역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역류하려면 힘을 모아야만 나아갈 수 있다"면서 "옳은 일은 잠시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일관되게 정책을 펴 나가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일관되지 못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며 책임을 면하려는 자세를 취하면 결국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또 "정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해는 스스로 극복하면서 나갈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갖고 도전해야 선진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면서 "5년동안 그렇게 해야 다음 정권에서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747 비전'(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경제강국)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책임있는 업무추진과 관련, 이 대통령은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때 직원이 구속돼 내가 CEO로서 현장을 방문하려고 하니 외무부가 공문을 보내 `위험하니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러나 가는데 말리지는 않더라. 아마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피하려고 문서를 하나 띄워 놓은 것 같다"며 책임회피식 정책의 자제를 주문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언급, "국무위원들이 청문회에서 혼도 났을 거고 아마 그런 경험은 처음 해 봤을 것"이라면서 "`좀 억울하다.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국민의 눈높이 기준에 의하면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거치면서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어떤 변명보다는 국민에 대한 충성심으로, 국민이 바라는 바를 이룸으로써 보답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엄정 비판 = 이 대통령은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전날 행정안전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원만한 협조와 원활한 조직가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 있다. 새 정권이 지난달 25일 시작됐지만 아직도 야당과 같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데 이어 이틀째 참여 정부를 비판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10년이 좋으면 한 번 정도는 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면서 "그에 대비해 경쟁력을 잘 했으면(키웠으면) 좋았는데 사실 우리가 그러지 못하고..."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치적 불안 속에서 세계가 좋은 환경 덕분에 (우리 경제가) 그 정도 유지하고 왔다. 이렇게 냉정하게 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미래의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