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시대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우리나라 주도입 유종의 기준가격으로 9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중동산 두바이유의 14일 거래가격이 마침내 100.18달러로, 100달러선을 넘어선 것이다.

당장 유가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이제 100달러를 넘은 유가는 성장률과 고용, 물가, 국제수지 등 한국경제 전반에 감당히기 힘든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유가, 이미 정부 시나리오 훌쩍


정부는 올해 초 경제운용계획에서 올해 평균유가(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75달러로 가정했다.

그러나 '6% 내외 성장, 일자리 35만개 내외 창출'을 내건 지난 10일 기획재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서에서는 이를 80달러로 살짝 바꿔넣었다.

하지만 올해들어 지난 13일까지의 유가 평균은 이미 배럴당 89.97달러로, 90달러선에 이르렀고 14일에는 마침내 100달러선도 돌파했다.

기본적으로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의 가장 중요한 전제 하나가 어긋난 셈이다.

아직 1.4분기밖에 지나지 않았음을 들어 2.4분기 이후 유가 하향을 점치기도 극히 어렵다.

당초 정부는 1.4분기에 유가가 고점을 찍은 뒤 2.4분기부터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의 수출물량 확대, 난방수요 감소 등을 들어 유가가 소폭이나마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경제전망과 정책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로 분류된다.

현재 유가의 폭등이 수급의 문제라기보다는 원유 등 상품시장의 '금융화'가 나은 결과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동절기가 거의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유가폭등은 미국 달러화의 기록적 가치폭락과 이를 상쇄하기 위한 원유,금 등 상품시장으로의 대규모 '머니 무브'(자금 대이동)가 주원인이란 이야기다.

오는 1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가 문제는 수급으로 해결될 만한 상황은 이미 넘어섰다.

실제로 세계 유가의 척도가 되는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원유 선물의 순매수 포지션이 3월 첫째주에 연초보다 50% 가량 늘어난 15만 계약 이상이라는 점은 투기자금의 유입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의 급등이 곧 세계 주요 기준유가를 일제히 끌어올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 물가.국제수지 방어 초비상

유가의 폭등으로 성장률과 고용뿐 아니라 이미 물가와 국제수지에는 '쓰나미'가 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연간 70억 달러지만 이미 1월에만 26억 달러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만 해도 올해 경상수지를 균형 내지 소폭 적자로 예측했던 정부가 이를 70억 달러로 늘려 잡은 이유는 전적으로 유가 상승이다.

기획재정부는 "평균 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68달러에서 올해 80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늘어난 예상 적자폭이 65억 달러"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미 올해 들어 평균 90달러선, 이날 현재 100달러선을 넘은 국제유가 상황을 고려할 때 2.4분기부터 유가가 뚜렷이 하향 안정되지 않는 한 이 낮춰잡은 목표조차 수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상수지 가운데 만성적자 부문인 서비스부문은 제쳐놓고라도 지난해 12개월부터 3개월째 적자를 낸 무역수지 방어도 힘든 상황이다.

이미 1,2월에만 무역수지가 49억 달러의 적자가 났고 3월도 낙관이 어렵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지만 유가가 지난달 수준만 되도 적자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으나 유가는 이미 지난달보다 오른 상태다.

여기에 1월과 2월 모두 3.9%, 3.6%의 상승률을 보이며 목표치 3.3%를 넘어선 물가는 유가에 환율까지 이중 악재를 만나 자칫 4%선에 도달할 우려마저 팽배해있다.

◇ 유류 절감책 본격 검토될 듯

정부로서도 이런 상황에서 말 그대로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유가가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수급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이 없는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로서도 최후의 카드인 유가 절감책의 사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이미 다각적인 대비책 강구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들의 동의'를 전제로 서머타임제나 자동차 요일제 확대 등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이밖에 경차 혜택의 확대 등도 검토 가능한 대책의 하나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원유가격이 일시적으로 100달러를 찍은 뒤 내린다면 다행이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 모든 면에서 충격이 불가피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