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엘리엇 스피처 미 뉴욕 주지사(48)가 성매매에 연루돼 파문이 일고 있다.

차세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스피처는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 생명에도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그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던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일시적으로 하락을 멈춰 '월가가 그의 낙마를 반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스피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정에 대한 의무를 어기는 행동을 해왔다"며 "가족과 시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한 회견에서 "스스로 설정했던 기준에 맞춰 살지 못한 것에 실망한다"고 밝혀 성매매 연루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주지사직 사임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으나 조만간 사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이르면 11일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했다.

잘나가던 스피처는 지난 2월13일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 871호에서 매춘 여성을 만난 것이 연방수사당국에 의해 들통났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스피처는 호텔 방을 친구의 이름으로 예약했다.

그날 저녁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매춘 여성이 이 방에 들어갔으며 스피처는 화대로 4300달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은밀히 진행된 스피처의 성매매가 들통난 것은 맨해튼 연방검찰이 미국과 유럽의 부유층을 상대로 한번에 수천달러씩의 화대를 받는 '엠퍼러스클럽 VIP'라는 이름의 고급 매춘 조직을 적발한 데서 비롯됐다.

검찰당국이 내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9번 고객'이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매춘 여성을 만나기로 한 것이 탐지됐으며 이후 9번 고객이 스피처인 것으로 확인됐다.

엠퍼러스클럽 VIP는 부유한 남성과 50여명의 매춘 여성을 뉴욕 워싱턴 런던 파리 등에서 만날 수 있게 주선해왔으며 화대는 시간당 최고 5500달러에 달했다.

스피처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명성을 날린 뒤 2006년 말 뉴욕 주지사 선거에서 기록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특히 검찰총장 재직 시절 월가의 부패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면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뉴욕의 고급 매춘 조직을 운영한 16명을 체포하는 등 최소 두 차례에 걸쳐 매춘 조직 처벌에도 나섰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