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가항공사 설립 붐이 일고 있지만 정작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한 업체는 올해 단 한군데도 없어 에어코리아의 상반기 취항이 힘들 전망이다.

27일 건설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건교부는 올해 들어 정기 또는 부정기 항공운송면허 허가를 요청한 업체가 전혀 없어 올 상반기에 신규 저가항공사의 취항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행 항공사 설립 절차에 따르면 정기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할 경우 자질 등을 점검하는데만 3개월이 소요되고 이후 운항증명(AOC)을 받으려면 항공기 도입과 검사 등으로 6개월 정도가 걸려, 3월 초에 항공운송면허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취항하려면 최소한 11월은 되야한다.

특히 건교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저가항공사의 취항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통해 안전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신규 항공사 설립에는 기존 9개월보다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저가항공사 설립을 추진한 업체 가운데 영남에어만 지난해 부정기 운송면허를 받은 상태며, 대한항공이 설립한 에어코리아는 5월에 취항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법인 설립만 했을 뿐 아직 정기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에어코리아는 5월부터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3대를 도입해 김포-제주 등 국내선에 뜨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사명 변경 작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취항하겠다고 언론에 떠드는 업체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정작 항공면허를 신청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어 우리도 놀라고 있다"면서 "에어코리아 등 다른 업체들이 이제 면허를 신청한다고 해도 제반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걸려 상반기 취항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러 업체들 가운데 항공사를 만들어 매도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려는 사람들도 있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철저한 안전 점검을 통해 자격이 되는 항공사에게만 취항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5월 중으로 에어코리아가 취항한다는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에어코리아는 대한항공의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기존 인허가 절차 기간보다 더 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천시와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이 손을 잡은 인천타이거항공은 11월 국내선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또한 건교부가 외국계 항공사가 사실상 지배적 사업자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혀 연내 출범이 불투명하다.

이밖에 투어익스프레스 사장 출신인 이수형씨가 만든 퍼플젯과 아시아나항공 퇴직 조종사들이 중심이 된 이스타 항공, 영남에어와 제주항공 등의 퇴직자 일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서울항공 등도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를 택시회사 차리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었다가 자본금 마련부터 허덕이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면서 "향후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하면 정부의 엄격한 기준 속에 탈락하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