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흠결많다" 철수..한 "다수당 횡포"
새정부 출범 차질..대치정국 장기화 우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한승수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처리하려 했으나, 통합민주당측이 찬반 당론을 확정하지 못함에 따라 표결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차례 의원총회를 열어 한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방향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맺지 못하고 오는 29일 본회의로 처리시점을 늦출 것을 한나라당측에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1차 의총을 열었으나 결론을 맺지 못하고 일단 본회의에 참석해 법안처리에 응하다가 오후 8시30분께 정회를 요청해 재차 의총을 열어 1시간30여분 동안 논의를 계속했으나, 결국 처리를 연기키로 했다는 방침을 통보한 뒤 밤 10시께 국회에서 철수했다.

한나라당은 "다수당의 횡포에 또 당했다"며 강하게 비난했으나,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임명동의안 표결은 29일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 인준안 표결이 연기됨에 따라 25일 공식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구성에 차질을 빚게 돼 새 대통령과 구 정부 내각이 공존하는 기이한 국정공백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민주당은 27, 28 양일간 실시될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재산.병역 등에서 문제가 드러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 김성이 보건복지 장관 등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는 한편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정국의 긴장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장관 후보자들의 문제점이 속속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를 적극 정치 쟁점화할 경우 정부 구성 지연과 대치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이 끝난 직후 브리핑을 통해 "내일과 모레 양일간 진행되는 장관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한승수 총리내정자와 정부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총리내정자 인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며 "내각이 심각한데 총리 내정자의 사태 해결 자세와 능력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자유투표로 표결에 임할 것을 시사했으나, 오후 2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총리 후보자의 재산.자녀 병역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인준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앞서 민주당은 오는 29일부터 한 달간 임시국회를 열 것을 요구하는 소집 요구서를 제출해 한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을 늦출 것임을 사실상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원래 안건 상정 순서는 총리 임명동의안이 먼저였고 그 다음이 법안처리였는데 민주당이 상정순서를 바꿔달라고 했고,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안건순서를 바꿔줬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법안을 다 처리해가는 상황에서 의총을 열더니 임명동의안 처리를 안 하기로 하고 모두 가버렸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고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이 다 가버려서 오늘 무산된 임명동의안은 29일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다"고 밝혔다.

나 대변인은 또 "다수당의 숫자의 횡포에 한나라당이 또 당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정부조직개편안에 이어 동의안마저도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최소한 이명박 정부가 첫 발자국은 떼게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도 안해주고 있다.

이런 부분은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한 총리 후보자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을 정리했고, 자유선진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총을 열고 "부적격 사유는 있지만 찬성하겠다"며 인준안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90여 건의 법안을 처리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이 의총에서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처리를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뒤 모두 철수해버리는 바람에 본회의는 총리 인준안, 대법관 임명동의안, 중앙선관위원 2인의 선출안과 30여 건의 법률안 처리를 남겨둔 채 자동 유회됐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김남권 기자 mangels@yna.co.kr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