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스타일 ‥ 공직사회 경쟁ㆍ'바꿔' 열풍 불듯

25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은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은 대통령이다.한때 노점상,환경미화원,일용노동자까지 전전하며 '밑바닥 인생'을 경험해본 유일한 사람이다.최초의 월급쟁이 출신 대통령이고,30대에 국내 최대 건설회사의 회장까지 오른 '신화'의 주인공이다.'정치 엘리트' 출신의 기존 대통령들과는 성장 과정이 판이하게 다른 만큼 이 대통령이 어떤 통치스타일을 보여줄지가 관심이다.

이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측근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은 우선 '장고형'이다.어떤 일을 추진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지나칠 정도로 오랜 시간을 쓴다.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다.'불도저'라는 별명은 적어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게 측근들의 일치된 전언이다.이는 당선인 신분이었던 올초 총리,청와대 수석비서관,장관 후보자를 인선할 때 여실히 드러났다.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나면 '불도저형'으로 변신한다.한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려고 악착같이 덤벼든다.

혹여 아랫사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하기라도 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처음부터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거지" "실제로 해보기나 했어?""현장에 가봤어?"라는 핀잔이 쏟아진다.일을 주도하는 사람이 마음먹고 덤벼들면 못 이룰 게 없다는 생각을 뿌리 깊이 갖고 있다고 한다.현대건설 재직 시절 수많은 '신화'를 만들어 내면서 정립한 일종의 경험법칙이다.

정책 선택과 집행에 있어서는 철저히 '마케팅형'이다.기업경영자 출신답게 정책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마케팅적 관점에서 접근한다.한 측근은 "반드시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며 차별성,상품성,수익성을 꼽았다.

우선 뭔가 달라야 한다.예전부터 써오던 정책,누구나 내놓을 수 있는 정책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독창적인 아이디어,기존 정책과 확연히 달라 '이명박 메이드'라는 상표를 떳떳하게 붙일 수 있는 것이라야 맞장구를 친다.다음으로 잘 팔리는 상품이어야 한다.

아무리 차별성 있는 상품이라도 시장에서 호응을 받을 수 없다면 용도폐기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쉽고 단순하고,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정책을 선호한다.마지막으로 '큰 이문'이 남아야 한다.대기업 출신답게 소소한 이익에는 별 관심이 없고 큰 이득,그것도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이득이 있는 정책을 추구한다.

용인술은 '흑묘백묘'론에 가깝다.지연,학연 등 인연보다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는다.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제1의 인선원칙이다.그렇다고 뽑은 사람들에게 모든 걸 맡기지는 않는다.치열한 경쟁을 유도한다."뭔가 시키겠지"하고 지시를 기다리고 있거나,'내 업무영역''남의 영역'을 따지고 있다가는 무능력한 사람으로 찍히기 십상이다.업무영역 따질 것 없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일거리를 만들어내고,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사람을 좋게 본다.

김인식/이준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