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한 채 1심을 마무리했던 국내 첫 `담배소송'이 항소심에 접수된 지 무려 1년2개월만에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간다.

24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법원 민사9부(이인복 부장판사)는 다음달 4일 오후 3시 김모씨 등 폐암 환자와 가족 등 28명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발병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KT&G(옛 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2건의 담배소송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한다.

1심 판결이 난 작년 1월25일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폐암ㆍ후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KT&G의 손을 들어줬었다.

항소심 재판이 늦어진 것은 방대한 사건기록과 원ㆍ피고측의 항소이유서 및 답변서를 제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이 재판부에 자료를 제출한 횟수만 200여차례에 달할 정도로 사건 기록은 엄청난 양을 `자랑'했었다.

여기에 원고 측이 항소이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데에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항소이유서는 약 300페이지에 달하며 500페이지 가량의 증거자료도 추가로 제출됐다.

원고 측은 100페이지에 달하는 1심 판결문을 분석한 뒤 판결 내용을 반박할 수 있는 주장을 조목조목 기술했고, 특히 `판결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상당부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국가와 KT&G도 여기에 뒤질세라 상당 시간을 할애해 원고 측의 항소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 최근에야 비로소 재판부에 제출했다.

1년 2개월 만에 첫 재판이 시작되지만 1심에서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항소심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에 재판이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심 판결이 나기까지는 4번의 재판부가 바뀌는 등 무려 7년 이상이 소요되면서 원고 중 7명이었던 암환자 중 4명은 1심 결과도 보지 못한 채 사망했었다.

그러나 원고 측이 첫 재판에서 신청하는 증거 양 및 증인 수와 이 중 채택되는 정도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에 항소심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