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금리인하의 기대와 휴렛패커드 등 기술주의 호조로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이틀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더욱 커졌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임을 내보인 것이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잠정 집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위주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90.04포인트(0.73%) 오른 12,427.26에 거래를 마감해 4거래일만에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90포인트(0.91%) 오른 2,327.10을,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1.25포인트(0.83%) 상승한 1,360.03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는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 우려로 금리의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우지수가 한때 1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였으나 기술주의 호조와 함께 FRB가 지난달 금리 인하를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당분간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승세를 나타냈다.

FRB의 이 같은 입장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조치가 나올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FRB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강의 위험은 상존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FRB는 이와 함께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하향조정했다.

FRB는 2008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발표한 1.8%-2.5%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면서 주택경기위축 심화와 신용경색으로 인해 경기가 더욱 더 둔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져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3%보다 높은 0.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12월 0.2% 오른데 이어 두 달 연속으로 상승했으며 2007년 1월 이후 4.3% 뛰었다.

또 변동성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1월에 0.3% 올라 2006년 6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주택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1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전월대비 0.8% 증가한 연율기준 101만채를 기록, 월가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여전히 16년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주택건설의 선행지표인 1월 주택 착공허가건수는 3% 감소한 연율 108만채에 그쳐 1991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이날도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73센트 오른 배럴당 100.74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날 기록한 100.01달러에 이어 이틀 연속 100달러를 넘으면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에는 배럴당 101.32달러까지 오르면서 역시 전날 기록한 100.10달러의 장중 최고치도 경신했다.

정유업체 엑손모빌은 유가 상승에 따라 1% 올랐다.

한편 세계 최대의 PC 제조업체인 휼렛 패커드는 전날 장 마감 후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한 21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8%가 오르면서 기술주 상승세를 주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