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이 트였다.' 정부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인가 절차를 마친 SK텔레콤의 심정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다.

정보통신부가 20일 조건부 인가를 발표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인가 절차는 사실상 마쳤다.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시정조치에 비해 크게 완화된 조건이 결정되면서 운신의 폭도 한층 넓어졌다.



◆조건은 늘었지만 강도는 완화

정통부가 제시한 인가조건은 공정위가 내놓은 시정조치에 비해 숫자는 늘었지만 규제 수준은 훨씬 약하다.800메가헤르츠(㎒) 주파수 문제가 인가조건에서 빠진 게 가장 크다.

정통부는 로밍은 6월까지 관련 시행령을 마련키로 했고,재배치는 2008년까지 계획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언제부터 실행될지 구체적 시기가 없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은 큰 짐을 덜었다.

결합상품 규제는 공정위의 시정조치와 비슷한 수준이다.△단독상품을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유통망에 대한 결합상품 판매 강요 △타사업자의 결합상품 구성 요청 거부 △하나로텔레콤과 타사업자 차별 등 네 가지 금지사항은 같은 수준이다.

대신 계열사가 이동전화 재판매에 나서려면 다른 사업자에게 먼저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2012년까지 농어촌에 광대역통합망을 구축하고 무선인터넷을 개방하라는 조건도 붙었다.

인가조건 실행 여부를 3개월마다 보고하고 시장감시기구까지 구성하려던 공정위 조치도 반기별 보고로 완화됐다.

◆유·무선 통합 전략 3월 본궤도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은 조만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인수 및 피인수,새 경영진 선임 등의 절차를 3월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유·무선을 아우르는 SK 통신전략이 본궤도에 진입하게 된다.시내전화를 비롯 인터넷전화,인터넷TV 시장의 주춧돌이 될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업계에서는 흔히 SK텔레콤의 영문 이니셜(S)을 활용해 '스몰(Small) KT'라고 부르기도 했다.하지만 하나로 인수를 계기로 '슈퍼(Super) KT'로 거듭나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부 조건이 인수 효과 창출에 장애가 될 수 있지만 경쟁활성화와 통신시장 발전 방안 등을 종합 고려한 정책심의위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800메가 주파수 로밍은 통신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 "실망""유감"

800㎒ 주파수 독점 해소를 기대했던 KTF와 LG텔레콤의 실망감이 크다.KTF 관계자는 "800㎒ 독점 해소에 필수적인 주파수 조기 재배분 대책이 부족해 매우 유감"이라며 "주파수 공정 배분 계획이 수립되기 전에는 하나로텔레콤 결합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800㎒ 공동사용과 이동전화 재판매 금지 등이 인가조건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정통부가 실효성 있는 추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