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8일 법정관리를 졸업한 인디에프(옛 나산)가 올해 들어 개성공단 공장 착공, 온라인 및 백화점 진출 등 활기를 띠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세아상역이라는 새 주인을 맞이한 후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왕년의 패션명가 인디에프를 들여다봤다.

◆ 인디에프는 어떤 회사?

지난 1980년에 설립된 인디에프는 조이너스, 꼼빠니아, 예츠, 메이폴, 트루젠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조이너스의 경우, 지난 94년 단일브랜드 최초로 1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며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국내 패션산업에서 한 획을 긋기도 했다. 90년대에는 TV만 틀면 조이너스와 꼼빠니아 광고가 쏟아질 정도로 여성의류의 대명사로 불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옛일이다. 외환위기 시절 부도위기에 몰려 법정관리 속에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법정관리를 받으며 회사가 살아난 후에는 공격경영보다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현상유지를 하는 소극적인 경영을 해왔다.

그랬던 인디에프가 국내 니트의류 수출 1위 업체인 세아상역을 새 주인으로 맞은 후 변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아상역이 선임한 김기명 사장의 지휘 하에서 인디에프는 그 동안 브랜드간 경계가 불분명했던 조이너스, 꼼빠니아, 예츠 등 주력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소비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인과 적정한 가격의 제품을 제시하며 변화를 모색중이다.

인디에프의 사업형태는 정확히 말하면 패션유통업이다. 자체 공장 없이 외주 생산하면서 디자인과 판매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1월14일 세아상역과 함께 개성공단에 공장을 착공하며 제조업에 한걸음 내딛었다. 토지공사로부터 개성공단 공장부지 5400평을 분양받아 올해 7월말 1차 완공(2300평, 공장 2층 및 사무동 4층) 예정이며, 2차로 같은 규모의 공장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김기명 인디에프 사장은 “제품의 75%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의 올림픽 이후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한미FTA 등으로 북한이 역외 수출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유리할 수 있어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모회사인 세아상역이 전세계에 600여개 라인을 운영하며 쌓은 제조업 노하우가 뛰어나고, 제조시설을 갖춘 업체만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있어 세아상역과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

인디에프는 그 동안 주력해온 거리매장 중심 유통망을 다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롯데닷컴, 신세계몰, 인터파크 등 인터넷쇼핑몰에서 메이폴과 수입브랜드 모르간을 조금씩 판매하며 온라인 유통의 감을 잡고 있다. 2월 들어 CJ홈쇼핑에서 남성복 트루젠의 판매를 시작해 TV홈쇼핑 경험치도 쌓기 시작했다.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여성복 예츠는 백화점 유통망의 시험대다. 최근 롯데백화점 안양점과 부평점에 입점해 백화점 시장의 가능성도 연구중이다.

인디에프는 당분간 신규 브랜드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기존 브랜드의 리뉴얼 및 성장, 중국 등 해외 시장 타진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 실적은 바닥 찍은 듯 .. 자산가치도 상당

인디에프의 지난해 실적은 수치상으로는 좋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3% 감소한 218억7300만원, 매출액은 전년대비 0.2% 줄어든 1982억6700만원, 당기순손실 240억7200만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이 회사가 바닥을 찼다는 의미로 봐야 할 듯 하다.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채무를 일시에 털어내며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앞으로 남은 부실은 없으며 올해 바로 흑자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 재경팀이 추정하는 2008년 예상영업이익은 278억원, 매출액은 2380억원, 당기순이익은 200억원이다.

지분법이익이 적용되는 계열사 나산실업(주니어캐주얼 브랜드 ‘예스비’ 운영)은 아직 적자상태지만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라고 한다.

인디에프는 또한 자산주로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도 오산의 물류창고(약 1만2000평, 한국감정원 감정가 750억원)가 동탄신도시 인근에 위치해 땅 값이 오르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서울 대치동의 본사 건물도 시가 85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신규투자는 개성공단 공장 건설 정도에 그치며, 앞으로는 시스템 개선, 브랜드 홍보 및 마케팅비 등을 늘릴 계획이다.

◆ "상장폐지 이유 없어"

최대주주인 세아상역측의 지분율이 69.01%로 높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인디에프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일부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상장사로서의 메리트가 존재하기 때문에 세아상역이 상장사를 인수한 것”이라며 “대주주가 상장폐지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인디에프는 지난 11일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유통 주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주가에 부담이라는 점을 인식한 결정이다. 인디에프는 대주주 지분율이 69.01%, 5%이상 기관보유물량이 총 21.61% 등 무려 90.62%의 주식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경영진이 유통주식 물량 부족에 대한 인식 및 주가부양에 대한 충분한 의지를 지니고 있어 이 문제는 차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의 지분은 향후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되며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배당과 관련, 김 사장은 “그 동안 법정관리 등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빨리 회사의 내실을 다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 경영진은 어떤 사람?

인디에프의 김기명 사장은 주로 의류수입 및 수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경영인이다. 미국 월마트의 의류구매총괄 부사장 및 월마트와 거래하던 니트 수출 전문업체 최신물산 대표 등을 역임했다. 최신물산 시절에는 2004년 부임 초기 5000만불이던 수출규모를 3년 후에 9600만불 규모로 89% 성장시킨 수출 전문가다. 월마트 바이어 시절 맺은 세아상역과의 인연이 인디에프로의 영입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니트의류 수출 분야 1위 기업인 세아상역은 내수사업에 치중된 인디에프의 패션사업을 수출 전문가인 김사장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줄 것을 기대하며 영입했다고 한다. 사업부별 자율경영을 선호하며 다소 신중하고 점진적인 개혁가 스타일이다.

◆ “개성공단 공장 가동으로 수익성 대선 기대"

강희승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디에프는 대리점(거리매장) 중심의 탄탄한 유통망과 영업력을 지녔고, 지방에서는 아직도 브랜드파워가 강하다”며 “전체 의류 소비가 늘어나며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 가능성이 있고, 자산주로서의 가치도 좋은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의류산업은 성장성이 썩 좋은 업종이 아니지만, 인디에프가 개성공단에 짓고 있는 공장이 생산을 시작할 경우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만 하다”는 판단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은 후 구조조정을 거친 회사들이 좋아지는 과정에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한 타이밍이긴 한데, 여성복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인디에프가 실적을 통해 턴어라운드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