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미술 아카데미'강좌에 몰리고 있다.

감성 마케팅과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가나아트갤러리,K옥션,동국대 등의 '미술 아카데미'를 찾은 기업인이 200여명에 달하고 올 들어서도 수강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미술품이 상품의 광고 및 디자인,디스플레이 등 콘텐츠로 활용됨에 따라 총체적인 아트디렉팅이 필요한 데다 마케팅 방법도 상품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히는 형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가나아트갤러리가 2005년부터 매년 봄,가을 두 차례 개최하는 'CEO문화 포럼'에는 민형동 현대백화점 대표를 비롯해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정현진 우리은행 부행장,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서영태 현대오일뱅크 대표,김동건 법무법인 바른 대표 등 기업인 100여명이 다녀갔다.

이 강좌에 참여한 민형동 대표는 신제품의 디자인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총체적인 아트디렉팅을 실천하면서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과 우수고객 그림 증정 이벤트도 마련했다.

윤영달 회장은 서양화가인 심명보씨(67)의 1000호 크기 작품 '새로운 천년의 열정'을 자사 제품 '오예스'의 상자 뒷면 이미지로 사용해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 또한 홈플러스 매장에 미술품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동국대 사회교육원(원장 정창근)에도 기업인들이 몰리고 있다.

작년 8월 개설한 정원 50명의 '아트 마케팅 및 재테크 특별강좌'에 기업인이 몰려 2개반(100명)을 편성할 정도였다.

올 3월 강좌에는 아예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전문과정을 만들었다.

지난해 첫강좌에는 김일수 삼성전자 고문,김수근 삼성물산 부사장,성호 성소아과원장,간수진 ING생명 압구정 부지점장 등 기업인 2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내외 주요 작가의 작품값은 물론 기업의 미술품 수집 비결까지 배울 수 있어 마케팅과 미술품 컬렉션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5일부터 15주 동안 진행되는 '아트마케팅&아트테크' 전문과정에서는 아트 마케팅 이론뿐만 아니라 아트 재테크의 실전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신생 경매회사 D옥션이 지난해 개설한 아트 마케팅 및 컬렉션 스터디 모임인 '엠포리아 아카데미'도 기업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트 마케팅과 컬렉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데다 파티가 곁들여진 강의를 펼쳐기 때문.

지난해 9월 열린 첫 행사에는 김재철 이노치과그룹 대표를 비롯해 김수신 레알성형외과원장,한동수 엠파이런 대표,이상훈 바인앤베리 대표,최세휘 중앙더뷰티 대표 등 30여명이 다녀갔다.

다음 달 4일부터 6월3일까지 3개월간 실시되는 제2기 '미술 아카데미'역시 아트 마케팅과 기업 컬렉션 요령을 주로 다룰 예정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미술 아카데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장인 등 일반인을 위해 8주 과정으로 운영 중인 야간 미술이론 강좌의 정원은 40명이지만 10배가 훨씬 넘는 497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갤러리 토포하우스에도 정원의 3배인 60여명이 몰렸다.

성곡미술관과 금호미술관도 '미술 아카데미'를 개설한다.

이옥경 가나아트갤러리 대표는 "세계 일류기업일수록 아트 마케팅에 적극적"이라며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 수준의 평준화로 독특한 문화 마케팅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