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당분간 박스권 장세 예상"

18일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돌파하면서 증시가 저점을 확인했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 투자은행들의 부실 발표나 미국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들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등 해외 악재가 쌓여 있어 당분간 증시는 박스권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 "증시, 저점 확인한 듯" = 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시그널은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기술적 분석으로 보면 코스피지수가 1월 말에 1,570의 최저점까지 내려온 후 이를 바닥으로 삼아 저점을 높이며 5일 이동평균선과 20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돌파하는 비교적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 글로벌 증시가 1월 말의 패닉 상태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으나 전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믿음이 되살아나면서 글로벌 증시도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최근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시아 해상 물동량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해운지수인 BDI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급락세에서 벗어나 최근 강한 반등세를 보여줘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이 견조함을 확인시켜줬다.

미국 경기를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는 다우운송지수도 1월 말부터 급반등해 미 경기침체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를 덜어주고 있다.

대신증권의 최재식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경제 지표들을 보면 증시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겨진다"며 "증시가 경기에 선행하는 것을 생각하면 점차 지수 저점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격 상승 일러..당분간 박스권 갇힐 것" =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증시가 박스권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번 주에는 BNP파리바, 소시에떼제네랄 등 유럽계 투자은행들의 실적 발표와 미국 2월 주택경기지표, 1월 소비자물가지수, 경기선행지수 등 굵직한 미 경제 지표들의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만약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로 유럽계 투자은행들의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거나 미국 경제지표가 안 좋게 나올 경우 글로벌 증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증시는 당분간 1,600대 초반~1,700 초반의 박스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미국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들의 신용등급이 하향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글로벌 증시가 다시한번 급락할 가능성도 제쳐놓을 수 없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만일 미국 채권보증회사들의 신용등급이 하향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지수는 다시 전저점을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며 "1,4분기 내 지수는 1,600~1,700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지수가 저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지도 않다"며 1~3개월 내에는 1,650~1,800대의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유망종목으로는 올해 이익 모멘텀이 좋은 조선, 해운, 화학 등의 중국 관련주나 업황이 바닥을 벗어나고 있는 IT, 자동차 그리고 M&A(인수합병) 모멘텀이 있는 통신, 건설 등을 추천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