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의 동아시아축구 정상 탈환에 '충칭의 별'이 힘을 보탠다.

허정무(53)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8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 경기 상대인 개최국 중국의 전력 파악을 위해 이장수(52) 베이징 궈안 감독을 만났다.

허 감독은 대회 참가를 위해 13일 대표팀을 이끌고 충칭에 도착하자마자 "중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걱정스럽다"면서 "마침 이장수 감독이 팀과 함께 충칭에서 훈련 중이다.

이 감독을 만나 도움을 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팀은 17일 중국과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허 감독과 이 감독의 만남은 14일 오전 충칭 중심가의 다티안완 스타디움에서 실시된 대표팀 첫 훈련에서 바로 이뤄졌다.

"대표팀과 연락이 안돼 중국축구협회를 통해 훈련 일정을 알게 됐다"는 이 감독이 이날 훈련장을 찾았다.

이 감독은 1시간 가량 대표팀의 가벼운 회복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운동장 가운데에서 허 감독, 정해성 코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다티안완 스타디움은 이 감독이 충칭을 이끌 때 홈 구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FC서울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지난해 베이징 궈안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1993-1995년 박종환 감독을 보좌해 일화 천마의 K-리그 3연패를 이뤄낸 이 감독은 1996년 일화 감독을 끝으로 한국 축구를 떠나 1998년 약체 충칭 리판 사령탑으로 부임, 중국 프로축구에 진출했다.

그리고 2년 만인 2000년 팀을 FA컵 정상에 올려 놓으며 '충칭의 별'로 불렸다.

그는 그해 중국 프로축구 최우수감독에 뽑혔다.

이 감독은 2002년에는 칭다오 피지우로 팀을 옮겨 부임 첫해에 다시 FA컵 정상을 밟았다.

이 감독은 2005년부터 2년 간 FC서울에서 지휘봉을 잡았다가 지난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베이징 궈안을 맡았다.

그리고는 바로 구단 사상 최고 성적인 리그 준우승을 이끄는 등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이장수 축구의 위력을 재확인했다.

연세대 74학번인 허 감독의 대학 2년 후배인 이 감독은 K-리그에서도 인연이 있다.

2004년 전남 드래곤즈를 이끌었던 이 감독이 팀을 떠난 뒤 지휘봉을 넘겨 받은 것이 허 감독이다.

허 감독은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맡다 사임하고 2005년부터 이 감독의 후임으로 전남을 지휘했다.

이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중국과 상하이에서 경기할 때 중국 언론이 날 '스파이'라고 묘사했다"고 웃어 넘기면서 "허 감독님이 중국 대표팀에 대해 물어보시길래 우리 팀 선수들도 있고 해서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최종엔트리 23명은 오는 16일 매니저미팅 때 확정되지만 중국 대표팀에는 현재 베이징 궈안 소속의 수비수 장용하이와 장슈아이, 슈윤롱이 포함돼 있다.

이 감독은 "중국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이라크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지만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면서 "연령대별로는 결코 모자람이 없는 선수들이지만 조직력은 조금 떨어진다.

세대교체 중이라 올림픽대표 멤버들이 얼마나 해 줄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허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오전 훈련이 끝나고 이 감독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며 중국에 대한 정보 수집을 이어갔다.

(충칭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