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임직원들은 지난 설에 협력업체로부터 명절 선물을 단 한 개도 받지 않았다. 금호가 2002년부터 시행해 온 '명절선물 안받기 캠페인' 때문이다.

매년 명절 무렵이 다가오면 금호아시아나 그룹 '윤리감사팀' 직원들은 협력업체에 소위 '갑' 행세를 할 만한 부서 직원의 집 앞을 지킨다. 부적절한 선물이 오가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행여 금호아시아나 임직원에게 선물이나 금품을 전달한 협력업체가 적발되면 가차없이 '협력업체 등록취소'라는 중징계를 받는다.

금호아시아나가 이처럼 사소한 명절 선물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경영 화두로 내세운 박삼구 회장의 강력한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명절 선물 '상납' 관행은 협력업체에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금호 측에도 투명한 경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박 회장은 2005년부터 상생경영을 천명하고 국내 유수의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그룹 차원의 상생경영 플랜을 짰다.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협력회사와 함께 아름다운 미래로'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 결과 금호는 △모든 구매나 외주 범주별 차별적인 구매전략 수립 △통합 구매 추진 △글로벌 소싱 강화 △협력회사에 대한 체계적 관리 △계열사별 우수협력회사 제도 시행 △협력회사별 니즈에 따른 상생프로그램 적용 △구매 전문가 육성 등 상생경영 실천을 위한 7대 원칙을 수립했다. 아울러 2006년 8월에는 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상생경영팀'을 신설했다.

그룹 전략 차원에서 시작한 상생경영의 성과는 3년이 지난 지금 경영현장 곳곳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협력업체와 거래시 현금으로 결제한 비율은 전체 거래의 85%가량으로 2006년(63%)보다 크게 확대됐다. 현금결제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협력업체들이 제때에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협력회사 임직원에 대한 교육도 한층 강화됐다. 지난해 4300여명의 협력회사 직원들이 외국어,경영,품질,기술과 관련된 교육을 받았고 올해는 그 혜택을 받는 직원 수가 6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해외사업이 활발해지면서 협력업체와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현재 80여개 협력업체가 금호와 함께 중국,베트남,두바이 시장에 진출했으며 앞으로도 금호아시아나는 우수한 협력업체의 해외시장개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금호는 우수 협력업체 직원들을 초청해 뮤지컬 등 문화행사를 선보이고,해외 팸투어를 진행하는 등 이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올해를 '상생경영 시스템 정착의 해'로 정하고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평가 및 보상시스템 확립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호는 협력업체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을 바탕으로 교육지원은 물론 공동개발 및 해외진출의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