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화재 피의자 채모(70)씨는 방화 다음날인 11일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동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태연히 고스톱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장정2리 나모(69)씨는 12일 "11일 오후 4시께 마을회관에 들렀더니 채씨를 포함, 3명이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있어 나도 함께 화투를 쳤다"며 "오후 6시께 채씨가 `그만 치자'고 해 판을 접었다"고 말했다.

그는 "채씨가 고스톱 실력이 괜찮은 편이어서 평소에도 심심풀이 삼아 고스톱을 즐겼다"며 "어제도 평소처럼 웃고 떠들며 즐겼는데 채씨가 숭례문 화재사건의 방화 범인일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고 놀라워했다.

유모(77)씨도 "어제(11일) 마을회관에 낮 12시 정도 지나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20여명이 됐는데 채씨도 있었다"며 "표정에서는 그다지 불안하다거나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없었고 평소처럼 다른 노인들과 고스톱을 쳤다"고 말했다.

그는 "채씨는 평소 술을 줘도 거의 안 마시는 편이었고 고스톱은 약간 즐겨하던 사람이었다"며 1년 반 전 쯤 동네로 이사 와 매우 친밀하진 않지만 평범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숭례문 방화사건의 범인이라니 놀랍다"고 밝혔다.

최순식(65세) 장정2리 이장은 "2006년 9월 강화로 이사 와 처음엔 마을사람들과의 관계가 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회관 출입도 잦아지고 다른 노인들과도 잘 지냈다"며 "비교적 솔직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채씨는 11일 오후 7시40분께 마을회관 앞 길에서 서울에서 급파된 형사대에 긴급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인천연합뉴스) 김창선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