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8시46분께 발생한 화재는 2층에서 시작돼 3층까지 번져 숭례문이 전소돼 목조부분과 기와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불은 한때 잦아지는 듯했으나 자정을 넘으면서 3층 내부에서 다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불길이 지붕을 뚫고 전체로 번졌다.

숭례문은 구조상 2층과 3층 내부에 물이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돼있어 소방차들이 물을 뿌려도 물이 들어가지 못했다. 지붕기와는 완전 전소돼 11일 오전 0시40분께 기와가 불에 타 흘러 내리기 시작했다. 지붕이 녹아내린 뒤 불길이 잡혔으나 이미 목조부분이 모두 탄 뒤였다.

소방관들은 진화과정에서 "한옥의 구조적 특성상 지붕을 뜯어내지 않으면 불을 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인 신응수 대목장은 "저런 정도의 화재라면 전소될 것"이라며 "귀중한 문화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층과 3층 목조부분은 11일 오전 1시가 되자 서서히 무너져 내려 돌받침대만 남기고 붕괴됐다.

이날 화재가 발생하자 숭례문에는 소방차 30여대와 소방관 80여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에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은 "화재 현장에서 라이터 2개가 발견됐다"며 "기와와 나무 사이에 불이 붙어서 진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층 누각에 올라갔을 때 소방관들이 붕괴위험이 있으니 나가 있으라고 했다며 지금처럼 물을 뿜어댈 경우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전 2시 가까이 되면서 1,2층 누각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큰 불길이 잡혔고, 치솟던 불길은 사그라 들었다.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는 10일 오후 8시46분께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각 남대문을 지나가다 화재를 처음 목격한 개인택시 운전자 이상권씨(46)는 "항공잠바에 검정색 등산복을 입은 50대 초반의 남성(키 170㎝ 정도)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근처 잔디밭을 배회하다 중앙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면서 "그 사람이 올라간 지 얼마되지 않아 2층 누각 한가운데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불꽃놀이처럼 불길이 치솟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믿지 않아 방송국에 신고했다"며 "방화범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택시로 쫓아갔지만 YTN 옆 건물로 사라지는 바람에 놓쳤다"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는 외부인이 잠입했는데도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신고를 받은 경찰도 늦게 출동한 것으로 알려져 화재 초동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외부인이 잠입했다고 하지만 그땐 감시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제보를 믿기 어려웠다며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감시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