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보고서'는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어디에 중점을 두고 어떤 과제들을 추진해 나갈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대선 과정에서 많은 공약들이 제시됐지만 이 중 실현 가능한 192개만 뽑아 △핵심 과제(43개) △중점 과제(63개) △일반 과제(86개)로 우선 순위를 매겨 놓은 것이다.

이런 정책들을 통해 임기 내에 대한민국을 '일류 선진국가'로 이끌겠다는 차기 정부의 약속인 셈이다.그러나 이런 과제들의 추진 여건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국정 과제 중 상당수가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지만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공무원연금 개혁,수도권 규제 합리화 등 이해 관계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칠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10년 만에 정권을 잡은 우파 정부가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보여준 불안한 모습을 떨쳐 버리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도 변수다.

◆이해.갈등 조정 능력이 관건

국정 과제에는 이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강조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수도권 규제 합리화 △공무원연금 개혁 △공기업 민영화 △영어 공교육 완성 등의 공약들이 모두 핵심 과제로 들어가 있다.이런 정책들은 다른 것들보다 무게를 두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운하만 해도 새 정부는 내년 초 착공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환경 보호론자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공기업 민영화도 추진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조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영어 공교육 과제는 인수위의 대표적인 '오락가락 정책'으로 꼽히고 있어 세심한 정책 보완과 적극적인 학부모 설득이 필요한 과제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출총제 폐지와 수도권 규제 합리화 등 덩어리 규제를 풀어 7% 성장,일자리 300만개를 만든다는 목표이지만 이 역시 중소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규제 완화로 인한 피해자가 있어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재원 마련도 쉽지 않을 듯

국정 과제를 추진하는 데 소요될 막대한 재원도 실행의 걸림돌이다.차기 정부는 연 7% 성장과 10% 예산 절감을 통해 새로운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연간 24조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그러나 경제 위기로 당장 연 7%는커녕 6% 성장도 어렵고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예산 절감도 10%는 무리라는 얘기가 인수위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