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이 들려주는 강남 아줌마 따라잡기] 아파트는 아직…중소형 빌딩 입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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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팀장,앞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연휴가 끝나면 조만간 투자하려는 매물정보를 들고 들어올 테니 수익성 좀 분석해줘요."
최장 9일까지 이어진 설 연휴를 앞두고 이런 얘기를 꺼내는 고객을 부쩍 많이 만날 수 있었다.아마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일 것이다.역으로 말하면,최근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탓도 있겠다.
강남 아줌마들에게 있어 적어도 작년의 부동산 시장은 '잊혀진 시장'이다.세금 폭탄에 따른 거래 공백 상태가 장기화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때마침 찾아온 주식시장 호황과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 투자 환경 악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영향도 컸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강남 부자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눈에 띄게 강해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특히 연초부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몇몇 물건의 계약이 실제로 이뤄져 '한동안 관심 밖이었던 부동산 시장으로 시중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힘을 받고 있다.
강남 아줌마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종목은 이들 계층으로부터 전통적으로 인기를 모아왔던 중ㆍ소형 빌딩들이다.가격이 50억~100억원대 정도인 강남권 소재 5층짜리 건물들은 △관리하기가 편하고 △공실(空室)이 적으며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추세다.수십억원대 규모로 '덩치'가 커 '개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어려운 대형 토지들도 관심의 대상이다.
강남 부자들 가운데 설 연휴 직전에 이들 관심 부동산을 실제로 매입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예컨대 중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A씨의 경우 100억원을 넘는 강남의 7층짜리 건물을 개인 투자 차원에서 사들였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위해 설 연휴 전에 '실탄' 마련을 마무리지은 강남 부호들도 적지 않다.만기가 돌아온 수억원대 정기예금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머니마켓펀드(MMF) 등 초단기 금융상품에 예치해 놓는 식이다.이들은 대규모 부동산 투자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자금을 마련해 놓고 일선 PB센터를 찾아 은행에서 추가적인 금융 지원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받을 수 있을지,또는 자신들이 봐둔 물건이 투자할 만한 대상인지에 대한 조언을 일선 PB팀장들에게 문의하고 있다.
다만 독자들이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강남 아줌마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아직 '그들만의 세상'에 관한 것일 뿐 서민들과 관련 있는 아파트 시장으로는 전이(轉移)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부자들의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만 듣고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아파트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부자들의 관심이 부동산 투자 쪽으로 향하는 것은 소액 투자자들이 흔히 짐작하는 것처럼 이명박 당선인의 등장에 따른 부동산 투자 환경 급변에 따른 게 아니라 주식시장 급랭에 따른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예상됐던 부동산 세제 완화 등 규제 완화 방안은 4월 총선 등을 의식해 인수위가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총선 이후 연내에는 아파트 거래를 활성화시킬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어쨌든 현재까지는 무엇 하나 정해진 것이 없다.반면 이명박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 등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는 오히려 더 강화하겠다"며 아파트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이전보다 더 나빠질 것 같지도 않다.무엇보다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금리는 소액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을 강화해 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실제 필자가 최근 접해본 PB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금리 하락세가 올해 부동산 값 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설 연휴 직전에 반등에 성공하기는 했지만,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주식시장의 조정 양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도 변수 가운데 하나다.한국 PB 고객의 자산 배분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부자들은 아직까지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한국 부자=부동산 부자'라는 공식이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펀드 투자 열풍에 힘입어 최근 1~2년 사이에 주식시장에서 재미를 보다 최근 들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는 강남 아줌마들에게는 '한국에서는 역시 부동산 투자가 최고'라는 인식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실제로 그렇게 얘기하는 고객들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주식시장에 대한 강남 아줌마들의 실망은 반대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인기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