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의 금융사 인가 처분 결정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6부는 부산의 플러스저축은행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인가를 취소하고 해산을 통보한 감독당국의 처분은 무효"라며 금융감독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금감위는 모든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법원이 금융감독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통한 무차별적인 제재에 철퇴를 내린 것이어서 주목된다.하지만 대출 채권 등 모든 자산이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간 상황에서 플러스저축은행이 저축은행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금감위 제재와 소송 반복

플러스저축은행과 금감위 간 소송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금감위는 2005년 1월 플러스저축은행이 전액 자본잠식 상태라는 이유로 6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이에 플러스저축은행은 "영업정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7월 법원은 "금감위가 불가피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를 생략하고 서면 결의로 영업정지 처분을 한 것은 위법"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금감위는 법원 판결이 난 날 즉시 이사회 개최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춰 플러스저축은행에 6개월간 다시 영업정지 및 임원 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했다.하지만 2006년 1월 법원은 절차적 요건만 갖춘 영업정지를 제외한 직무집행 정지,관리인 선임 등 나머지 모든 처분에 대해서는 플러스저축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금감위는 최후의 수단으로 영업정지보다 강도가 센 저축은행 인가 취소 및 해산 처분을 내렸다.해당 사건의 1심 판결에서는 금감위가 승리했지만 이번에 2심에서 다시 뒤집혀 금감위는 플러스저축은행에 내린 3회 처분에 대해 모두 패소하게 됐다.금감위는 대법원 상고절차를 밟기로 했다.

◆감독당국 제재 관행 바뀌나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이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영업정지 기간을 거쳐 제3자에 매각하지만 금감위는 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아예 해산을 해버리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금감위는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는 회계법인의 분석 결과를 보고 내린 정당한 절차"라고 하지만 플러스저축은행은 "정상 자산을 부실 자산으로 평가하는 것은 회계법인과 금감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낸 '괘씸죄'에 대해 가중 처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송무헌 플러스저축은행 감사는 "현재 금융감독 구조로는 금감원과 금감위가 마음만 먹으면 금융회사 하나 없애는 것은 아주 쉽다"며 "앞으로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대출채권 반환소송을 하고 금감위와 금감원,해당 임직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및 직무정지 소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이 사건 처분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고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전횡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운철 금감원 비은행검사1국장은 "현재 저축은행에 각종 처분을 내릴 때는 사전에 통지하고 심의를 철저히 하는 등 법적 요건을 갖춰 신중하게 처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박민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