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다시 증권부로 발령받으며 걱정이 앞섰다.7년 전 취재하던 환경과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90년대 후반부터 확산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온라인 거래비중이 40%대를 넘어서면서 예전처럼 증권사 객장을 취재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예전엔 거래소와 코스닥 등 증권중개시장에 선물ㆍ옵션 등의 파생상품이 고작이었다.하지만 ELW(주식워런트증권) ELS(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상품이 많이 생겼다.펀드도 단순 지수펀드에서 나아가 포트폴리오가 천차만별인 각종 스타일의 펀드가 판매되며 선진 금융시장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최근 일주일간 증시를 보면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일단 증시 변동성이 닮은꼴이다.올들어 코스피지수는 지난 23일까지 무려 14.5% 하락했다.세계 증시 급락의 진원지인 미국 뉴욕증시의 같은 기간 하락폭은 5.9%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전혀 변하지 않은 정부관료들의 대응방식이다.증시 급락 다음날인 지난 23일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국민연금의 올해 계획된 매수규모는 9조원 정도로 시장상황을 고려해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과거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정부가 투신이나 국민연금 등을 거론하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립서비스'하던 광경이 떠올랐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도 찾을 수 있다.예전 증시가 무너지면 증권사 객장으로 뛰어가 소란을 피우고 신문사로 전화해 떼를 쓰는 투자자들은 이젠 거의 종적을 감췄다.이번 급락장 때 불안감 속에서도 환매한 투자자가 적었던 것은 과거 증시로부터의 학습효과 덕분인 것 같다.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한 증권사 사장은 "아직까지 수수료에 목을 매 단타매매를 부추기는 증권사가 태반이고 정부는 금융기관 민영화 등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에 대해 면피할 생각으로 팔짱만 끼고 있다"며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맞장구쳤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에 이어 이명박 당선인의 트레이드마크인 '금융선진화'가 다시 구호에 그쳐선 안될 것이다.

임상택 증권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