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치원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자,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지각하는 부모의 수가 줄어들어야 마땅하지만 조사 결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왜?

벌금제를 실시하기 전에는 정시에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일종의 '예의'였다.부모들은 교사들이 퇴근 시간을 넘겨 아이를 돌보는 것이 시장에서의 거래가 아닌 배려라고 생각했고,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 노력했다.하지만 벌금제의 도입으로 지각에 가격이 매겨지자 부모들은 벌금을 지급함으로써 지각을 정당한 행위로 인식하게 됐다.이후부터 부모들은 볼 일이 생길 경우 아무런 가책 없이 아이를 유치원에 늦게까지 맡겨 두게 됐다.

'이코노미 2.0'(노르베르트 해링ㆍ올라프 슈토르벡 지음,안성철 옮김,엘도라도)은 이 같은 경제학 원리를 최신 버전으로 보여주는 일상 경제학 책이다.독일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의 월요일자 칼럼 '알아 둘 만한 신지식'에 실린 내용 중 중요하고 유익한 것만 골라 묶은 것.

저널리스트인 저자들은 '돈,문화,투자,권력,축구,행복,외모,조직,일자리,여자' 등 13개 주제의 72가지 사회 현상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낸다.최신 경제학 연구 결과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기존의 경제학이 실물 경제에 관한 1.0 버전이었다면 '인간ㆍ행복ㆍ만족'을 주로 연구한 2.0 시대의 새로운 버전이라는 걸 책 제목에서부터 암시한다.

소제목들도 관심을 집중시킨다.'스포츠 센터가 고객의 눈먼 돈을 쓸어담는 이유'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정확한 예측을 해 왔던 애널리스트들의 조언을 회피해야 하는 이유''투자자들이 부고란을 자세히 봐야 하는 이유''은행이 구글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정보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낮은 이유'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궁금증을 더해 주는 질문을 던진 다음 기자적인 감각으로 문제의 근본을 파헤치는 방식 또한 재미있다.'축구 감독을 바꾸면 팀 성적이 나아질까? 잘생긴 사람들이 일을 더 잘한다?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등의 물음을 통해 최근의 경제학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경제학이 얼마나 실용적인 학문인지를 일깨워 주는 것.273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