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으로 울상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당장 부인과 아이들을 해외에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허리가 휠 판이다.엔화를 빌린 사람들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예컨대 작년 11월 초 1억엔을 빌린 사람은 당시 기준으로는 7억9100만원을 갚으면 됐다.그때 원·엔 환율이 100엔당 791원 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원ㆍ엔 환율이 급등해 22일 종가(899원15전) 기준으로 8억9900만원가량을 갚아야 한다.석 달 사이에 1억800만원가량 상환 부담이 늘어난 것.

미국 유학비로 1년에 4만달러를 송금하는 가장의 경우 작년 11월 초만해도 3600만원만 있으면 충분했다.당시 환율은 900원에 그쳤다.하지만 22일 원ㆍ달러 환율 종가(954원) 기준으론 3816만원이 필요하다.송금 부담이 216만원이나 늘어났다.

미국 유학뿐 아니다.중국이나 유럽에 아이들을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들도 마음고생이 심하다.원화는 중국 위안화에 대해 7.7%,유로화에 대해서는 5.6% 평가절하(환율급등)됐다.이들 지역의 통화가 달러화보다 훨씬 많이 절상된 만큼 유학비용 증가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낮은 환율에 선물환을 과도하게 매도했던 기업이나 수입업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특히 엔화 가치가 크게 절상되면서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부담이 단순히 해당 업체의 고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충격을 미친다는 점이다.이미 작년 12월 수입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5.6% 상승하며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하며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범위(2.5~3.5%)를 벗어났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