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점의 압수물 처리방안 `고심'..22일 압수수색 계속하기로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경기도 용인 소재 놀이공원인 에버랜드에 위치한 창고들을 압수수색해 대규모의 미술 작품들을 찾아냈다.

현장에서 발견된 작품들은 수천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날을 넘겨 이튿날에도 압수수색을 속행키로 할 정도로 분량이 많아 수사진은 구체적인 압수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날 발견된 미술품의 규모가 막대한 점에 비춰 유명 화가가 그린 고가 미술품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높아 보여 향후 수사팀의 미술품 대조ㆍ확인 결과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최근 이 창고들이 공식적인 용도와 달리 고가의 미술품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날 오후 4시께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을 현장에 보냈다.

창고들 중 상당수는 에버랜드 내 삼성화재 부설 맹인안내견 학교 뒤에 위치해 있으며 당초 삼성측은 안내견이나 사고 구조견의 축사나 행사용 소모품 등을 보관하는 저장고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압수수색이 실시된 인근 삼성화재 교통박물관의 일부 공간은 어린이들에게 교통질서 등을 교육하는 훈련원으로 쓰이고 있지만 개관 직전 해외 미술품 보관 창고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수사진은 발견된 수천점의 미술품 가운데 고가 미술품이 다량 포함됐을 가능성을 감안해 작품들에 대한 영상 촬영 가능 여부와 훼손 없이 압수하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진은 일단 이날 자정까지 8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현장을 보존하고 22일 다시 동일한 장소로 돌아와 압수수색을 계속하기로 했다.

대량의 미술품들이 발견된 데 대해 삼성측 이완수 변호사는 "압수수색이 이뤄진 창고는 비밀창고가 아니라 원래 미술품과 도자기 등을 적절히 보관하기 위해 만든 정식 수장고(收藏庫)이며 선대인 고(故) 이병철 회장때부터 수집돼 삼성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골동품과 고미술품, 현대미술품 등이 보관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사는 "은닉 의혹이 제기된 `행복한 눈물'이나 `베들레햄 병원' 등의 작품은 이 수장고에 없으며 삼성에서 구입한 사실 자체가 없는 만큼 이번 압수수색 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께 배호원(58) 삼성증권 사장을 이 회사 과장급 실무자 등과 함께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14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배 사장은 그룹 비서실에서 10년 간 재무 담당자로 일했으며 1992~2001년 삼성생명 경영지원 상무와 기획관리실장(전무), 부사장 등을 거친 뒤 2004년부터 삼성증권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특검팀은 삼성증권이 그룹 내 차명계좌를 실질적으로 운용ㆍ관리했던 회사로 지목돼 온 점에 주목, 배 사장 등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여부와 계좌 개설ㆍ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 희 이한승 기자 zoo@yna.co.kr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