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의 창고를 압수수색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거액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제기한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조 특검팀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 삼성안내견센터와 자동차박물관 등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 작업을 벌였다.

특검팀은 이 회장 일가가 구입한 고가의 미술품을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날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삼성의 금고'로 불리며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의 핵심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58)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비자금 관리ㆍ조성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의 차명 계좌 개설 경위와 운영ㆍ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은 이른바 '차명 의심 계좌'에 명의를 제공해 줬을 뿐만 아니라 직접 계좌의 개설 및 자금 운용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 사장은 1981년부터 10여년간 그룹 비서실(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근무했고 1992~2001년 삼성생명 경영지원 담당 이사 및 자산운용본부 부사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특검팀은 배 사장과 함께 삼성증권 실무자 3명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삼성증권은 그룹 금융계열사로 그룹 비자금 차명 계좌를 실질적으로 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12월 검찰 수사 당시에도 차명 계좌 운용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박민제/오진우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