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이 정체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에 6자회담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북한은 작년 말까지 하기로 한 핵프로그램의 '신고'를 하지 않았다.미국은 내부적으로 2월 말까지 기다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대략 이 당선인의 취임 전후다.

신고를 미루어온 북한이 이 시기까지 넘기면 이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6자회담의 표류라는 난관과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이 때문에 당선인은 취임 전에도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기 어렵게 됐다.

◆6자회담 합의 이행이 관건

이 당선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에서 합의된 것을 성실히 행동으로 지켜나간다면 본격적인 남북 협력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대선 캠페인 때 즐겨 쓴 말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는 이를 '6자회담 합의를 지켜나가면'이라고 구체화했다.통일부.외교부 업무보고 등을 통해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챙기기 시작한 결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은 또 "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진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등식은 맞지 않다"고 강조해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북한의 눈치를 살피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북 경협은 호흡 조절

당선인은 또 6자회담의 진전을 보면서 남북 경협에 대해서도 호흡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에서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것이 있지만 원론적으로,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하고 "새로운 정부는 사업의 타당성,재정 부담,국민 합의 등의 관점에서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포기에 도움이 된다면,혹은 남북에 다 도움되는 일이 있다면 남북 정상이 언제든 그냥 (격식 없이) 만날 수 있다"고 강조해 북한이 협조하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임기 중에 한번 하는 정상회담은 극히 형식적이라고 본다"는 말도 했다.

이 당선인은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이 다음에 만난다면 장소는 우리 쪽에서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서울 등 남쪽에서 개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다음달까지 핵 신고해야

이 같은 당선인의 입장은 6자회담에서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도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6자회담은 안개 속 상황이다.

외교안보라인에 있는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내부적으로 북한의 핵 신고 시한을 2월25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시 정부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3월 이후엔 임기 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대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 정부는 협상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중국에 6자회담을 한번 더 소집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몰아붙이기 회담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